‘2022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강 진출을 노리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대표 네 팀에게 ‘숙적’을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롤드컵 8강전은 한국시간으로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홀루 시어터에서 열린다. 매일 오전 6시에 시작해 5전 3승제로 4강 진출팀을 가린다.
출전팀 전원이 8강에 진출한 LCK는 올해도 내전을 피하지 못했다. 담원 기아가 B조 2위로 그룹스테이지를 통과하면서 D조 1위 젠지 e스포츠와 맞대결이 형성됐다. 이들 중 한 팀은 4강에 가지 못한다.
A조 1위 T1은 지난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당시 결승전 상대였던 중국의 로열 네버 기브업(RNG)과 다시 조우했다. C조 1위 DRX는 롤드컵 디펜딩챔피언인 에드워드 게이밍(EDG‧중국)과 만났다. LCK 내전부터 T1과 RNG의 만남까지,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대진에 팬들의 관심도도 올라간 상황이다.
“그 때와 상황 다르다” T1, RNG에 설욕하나
T1과 RNG의 대결은 해외 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두 팀은 지긋지긋한 악연을 갖고 있다. 올해 MSI를 포함해 국제대회 토너먼트에서만 5차례 만났다.
상대 전적에선 T1이 크게 앞선다.
T1은 2013년 롤드컵 결승전에서 RNG의 전신인 로얄 클럽을 3대 0으로 꺾었다. 이어 2016년 MSI 4강, 롤드컵 8강에서 RNG를 연달아 제압했다. 2017년 롤드컵 4강에서도 T1이 3대 1로 승리했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 5월 MSI에선 RNG가 3대 2로 T1을 꺾었다.
이번 8강전에선 MSI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T1은 A조에서 EDG를 2차례 연속 완파하는 등 5승 1패를 기록하며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반면 RNG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예선)에서 DRX에게 완패를 당하고, 그룹스테이지 D조 2라운드 경기에선 젠지에게 연달아 패하는 등 경기력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RNG가 MSI를 온라인으로 참가하면서 생긴 불공정한 게임 환경 등의 외부 요인이 없다는 점도 T1에겐 호재다. 전승 우승을 달성하고도 아쉬운 마침표를 찍었던 T1으로선, 명예회복을 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T1의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쿠키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MSI 결승에서 만났던 RNG와 다시 붙게 됐는데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복수할 기회가 생겨서 좋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서 꼭 4강에 진출 하겠다”고 각오했다.
두 팀의 대결은 22일(토) 펼쳐진다.
‘또 너야?’ 다시 만난 젠지와 담원 기아
젠지와 담원 기아는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하는 숙적 관계다.
젠지와 담원 기아의 통산 상대 전적은 비등하다.
담원 기아가 LCK로 승격한 이후 4년 동안 치른 맞대결에서 매치 기준 10승 8패로 젠지가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트 기준으로는 담원 기아가 26대 24로 앞선다.
올해 맞대결에선 젠지가 5전 전승을 거뒀으나, 경기 양상은 팽팽했다. 정규리그 4차례의 맞대결이 모두 풀세트였고,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맞대결 역시 5세트 접전이었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서머 시즌을 제패한 젠지라고 해도, 담원 기아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상대다.
더욱이 담원 기아는 다전제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다.
2020년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너-캐-쇼’ 트리오의 개인 기량에 더해, 허를 찌르는 깜짝 카드를 선보이는 양대인 감독의 지략이 위협적인 무기로 통한다. 특히 롤드컵 들어 서머 시즌에 비해 경기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 담원 기아이기에, 젠지의 승리를 장담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젠지의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 역시 “담원 기아는 변수가 많은 팀”이라며 “어떤 픽을 준비해 올 지 알 수 없어서 다른 팀에 비해 어려울 것 같다”고 경계했다.
두 팀의 대결은 23일(일) 열린다.
‘데프트 더비’의 승자는?
DRX와 EDG는 숙적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대회에서의 맞대결 경험이 전무하다.
다만 연결 고리가 없지는 않다. ‘데프트’ 김혁규(DRX)가 몸담은 팀이라는 데서 사연이 얽혀있다.
2014년 삼성 블루 소속으로 LCK 우승, 롤드컵 4강에 진출하며 주가를 높인 김혁규는 2015년 중국 프로리그(LPL) 도전을 선택한다. 그는 EDG 소속으로 당해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MSI에서 SK 텔레콤 T1(현 T1)을 꺾고 MSI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016년에도 좋은 모습을 유지하며 LPL 서머 전승 우승에 기여하는 등 맹활약해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김혁규는 2017년, 최정상의 위치에서 한국 복귀를 선언하며 EDG를 떠났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EDG 팬들에게 김혁규는 여전히 최고의 선수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김혁규와 DRX가 중국의 탑 이스포츠(TES)를 꺾자,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김혁규를 응원하는 EDG 팬의 모습이 스크린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혁규와 추억을 공유하는 선수도 여전히 EDG에 남아 있다. 김혁규와 듀오를 이뤘던 서포터 ‘메이코’는 작년 EDG를 이끌고 팀 창단 첫 롤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김혁규는 롤드컵 직전 가장 만나고 싶은 팀으로 EDG를 꼽으며 ‘메이코’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김혁규는 4강 진출을 위해 자신의 친정팀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얻었다.
분위기는 DRX 쪽이 더 좋다. 한국 4시드로 출전해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전승으로 통과한 DRX는 중국의 탑 이스포츠(TES), 유럽의 로그를 밀어내고 당당히 C조 1위를 차지했다. 최상위권의 미드-바텀 체급, 유연한 밴픽이 더해져 강력한 다크호스로 평가받는다.
반면 EDG는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다. 그룹스테이지에서 T1에게만 2차례 패했고, 선수단이 대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다전제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만큼,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두 팀의 맞대결은 23일(월) 열린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