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기자회견이 말이 되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 21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서 화섬식품 노조가 진입을 시도하며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SPC그룹 직원 약 50여명은 출입문을 막고 노조원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한 명이 쓰러져 구급차에 이송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SPC 임직원은 이날 본사 입구에서 항의하는 시민들을 보고나서 “평택도 내가 수습하고 여기도 나보고 하라는 거냐”며 “여기 직원들은 일 안하냐”고 욕설을 섞으며 큰소리를 쳤다.
노조는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노동자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기자회견을 규탄한다”며 허 회장이 직접 나와서 노동자들에게 고개를 숙일 것을 주장했다.
앞서 노동자들은 SPC그룹 및 계열사에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SPC 그룹은 지난 2017년 불법파견 문제, 2021년 사회적 합의 불이행 및 노조 파괴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노즈는 대국민 사과 이전에 노동자들과 직접 만나 작업장에서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이에 근거해 재발방지대책을 내는 것이 맞는 순서라고 일갈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상임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회견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이렇게 하는 게 맞냐”며 “노동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그리고 나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노동자들은 노조 활동이 사실상 안된다고 한다. 노조는 파기됐고 부당노동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며 “파리바게뜨는 사회적 합의를 했는데 그럼 여기에 대해 어떻게 이행하고 노조 보장할지, 잘못했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이후에 절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노동자들과의 자리가 우선적으로 마련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날 SPC 측이 발표한 안전경영 대책과 관련해서는 “안전하게 하겠다고 하는데 비난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순서가 잘못됐다”며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고 어떤 원인인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돈 얘기부터 하는 것은 당사자한테 굉장히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허경인 SPC 회장은 이날 최근 발생한 SPL 안전사고와 관련해 사과 후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를 통해 안전경영을 강화하고, 직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정착 시키겠다고 말했다. SPC 재발 방지 대책은 △안전진단 실행 및 강화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안전관리 인력과 역량 강화 △직원들 근무환경 개선 등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