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채안펀드로 급한 불 꺼질까[알기쉬운 경제]

증안‧채안펀드로 급한 불 꺼질까[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2-10-22 06:00:40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이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에 이어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다시 가동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채안펀드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회사채에 투자해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입니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됐는데요. 국고채와 회사채의 스프레드가 벌어질수록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회사채의 금리가 상승합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죠.

최근 ‘A1’ 등급을 받은 안정적인 채권이었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증권(ABCP)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면서 기업어음(CP) 시장 전체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최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부도 등 경제·산업 전반의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채안펀드는 최대 20조원까지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채안펀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0조원을 최대 목표로 다시 조성됐습니다.

당국은 채안펀드 조성 후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 방식으로 3조원가량을 모집해 투입했고 현재 약 1조 6000억원이 남아 있습니다.

캐피탈 콜 방식은 목표한 투자금을 다 모아놓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먼저 조성해 집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당국은 추가 캐피탈 콜 실시를 위해 2020년 당시 출자 기관이었던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금융투자회사 등 금융권 등과 관련 사항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시장은 채안펀드로 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재개하고 부족할 경우 산업은행을 비롯한 은행, 증권사 등이 추가 출자하는 재약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채안펀드가 일정 부분 시장안정 효과를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시장 약세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죠. 

채안펀드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시장 기능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시장 기능의 완전한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현재 금리와 특히 부동산과 가계부채 우려 등이 종합적으로 얽혀 있으므로 크레딧 시장의 신뢰 회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당시 증안펀드 투자구조. 금융위원회 제공

지난해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국내 양대 지수(코스피·코스닥)가 올해 맥을 못 추면서 당국이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증안펀드가 주식시장의 ‘하락 완충 장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증안펀드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단기자금을 투입해 지수의 급락을 제어하기 위해 만든 완화 장치 인데요. 과거 국내에서 증안기금이 조성된 사례는 1990년, 2003년, 2008년, 2020년으로 총 4번입니다.
과거 증안펀드 조성내역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 말 금융시장 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련된 바 있습니다. 당시 5대 금융지주와 국책은행, 금융권, 증권 유관기관 등이 출자에 참여해 10조7600억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폭발적인 유동성 공급에 증시가 반등하자 당시 자금이 실제 투입되지는 않았죠.

증안펀드가 투입된 2008년에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2007년 코스피 지수가 처음으로 2000p를 돌파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2008년 4분기 1000p가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증안펀드 투입에 힘입어 2009년 초부터 반등세를 탔습니다. 당시 조성된 증안펀드 규모는 5000억원입니다.

금융당국은 증안펀드 투입을 위해 증권 유관기관과 재약정 체결 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조성 규모는 10조원으로,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이 조성하는 7600억원은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막바지 실무 및 약정 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 자금 투입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사들은 증안펀드를 투입하면 추세적으로 증시 반등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신용융자 잔고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 외국인이 추가 이탈하면서 증가한 반대매매 물량을 증안펀드 규모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증안펀드 자체가 증시를 끌어올릴 수는 없겠으나 개입이 필요한 상황으로 인식된다는 점과 과거 사례에서 바닥이 멀리 있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증안펀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글로벌 긴축·침체 우려로 인한 증시 조정은 국내 한정 리스크도 아니며 코스피를 구원해 줄 유동성도 없다고 평가했죠. 정부 개입 시 단기적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 유동성 축소 과정에서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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