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의 미드라이너 ‘제카’ 김건우가 유망주 딱지를 벗어던졌다. LoL e스포츠 최고의 무대에서 연이어 쇼케이스를 펼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미드라이너로 거듭났다.
DRX는 2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홀루 시어터에서 열린 ‘2022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중국의 에드워드 게이밍 하이칸(EDG)와의 8강전에서 3대 2로 역전승했다. 1, 2 세트를 내줬지만 나머지 세트를 모조리 가져오며 기적을 썼다.
이날 가장 돋보인 선수는 김건우였다. 승부가 갈린 5세트에서 ‘사일러스’를 플레이 한 그는, 작년 대회 우승 미드라이너인 ‘스카웃’ 이예찬을 4연속 솔로킬 내며 괴력을 뽐냈다. 드래곤 영혼을 차지한 뒤 벌어진 마지막 전투에서는 쿼드라킬을 기록, 길었던 승부에 직접 마침표를 찍었다. LoL e스포츠 공식 SNS는 김건우의 이날 경기력을 “역사에 남을 5세트 활약”이라고 평가했다.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세계의 내로라하는 미드라이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김건우다.
2019년 KT 롤스터 아카데미를 떠나 중국 프로리그(LPL)의 비시 게이밍으로 이적한 그는, 이듬해엔 BLG 핑안은행으로 이적해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12월엔 DRX로 터를 옮겨 LCK에 데뷔했다.
김건우는 02년생 동갑내기인 ‘클로저’ 이주현(리브 샌드박스), ‘카리스’ 김홍조(한화생명 e스포츠), ‘빅라’ 이대광(KT 롤스터)과 더불어 LCK 차세대 미드라이너로 꼽혔지만, LCK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기대와 달리 경기에서 다소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서머 시즌 들어 팀의 기둥 역할을 해내더니,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선발전을 거치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뒤집었다. 급기야 롤드컵에선 고삐가 풀린 야생마처럼 협곡을 누볐다. 이번 대회에서 김건우가 보여준 ‘매드무비 급’ 장면은 하나하나 세기가 힘들 정도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넘어선 미드라이너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예선)에선 베테랑 ‘샤오후(RNG)’를, 그룹스테이지에선 ‘무관의 제왕’ ‘나이트(TES)’를, 8강에선 디펜딩챔피언 ‘스카웃’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앞세워 제압했다.
지난 몇 년간 공고했던 ‘LCK 4대 미드라이너’ 구성도 재편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김건우를 ‘쵸비’ 정지훈(젠지 e스포츠), ‘페이커’ 이상혁(T1), ‘쇼메이커’ 허수(담원 기아)와 비견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김건우는 4강에서 정지훈이 버티는 젠지와 맞붙는다. 그는 올해 젠지와 정지훈을 상대로 1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건우는 “컨디션 관리만 잘 한다면 4강도 할만하다”면서 “젠지만 이기면 우승이라는 생각으로 4강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