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무엇에 스트레스 느끼나

MZ세대는 무엇에 스트레스 느끼나

‘소셜미디어’, ‘1인 가구’, ‘다양성’ 등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 등장
김진형 대표, “MZ세대가 아닌 하나의 개인으로 이해해야”

기사승인 2022-10-24 16:48:05
신성만 교수가 23일 서울대학교병원 우덕윤덕병홀에서 열린 대한스트레스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소셜미디어 스트레스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스트레스도 진화와 변천의 과정을 거친다. 요즘 세대로 갑자기 떠오른 ‘MZ(밀레니얼)’세대라는 용어만큼이나 사회 변화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스트레스학회는 지난 23일 서울대학교병원 우덕윤덕병홀 2층에서 ‘세대 간 스트레스, 갈등을 넘어 이해와 통합으로’를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창립 3년 만에 처음 열리는 오프라인 학술대회다. 

특히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소셜미디어’와 ‘1인가구’, ‘MZ세대 이해하기’, ‘코인과 주식에 빠진 이들, 투자 중독’ 등 MZ세대와 관련된 다양한 스트레스 원인들을 살펴보고, 기성세대와 MZ세대와의 접점을 줄이면서도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심리·정신치료법을 논의했다.

조정진 대한스트레스학회 회장은 “급격한 시대 변화로 한 세대 간에도 서로 전혀 이해하거나 소통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어, 상호 이해의 실마리를 찾고 이를 통해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 집착하는 나…해결되지 않는 ‘소속감’ 때문일 수도

20~30대가 즐겨 찾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 그저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보여주고, 생각을 교류하고, 정보를 얻고 익명의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제2의 세계와도 같다. 

MZ세대 삶에 깊숙이 자리한 소셜미디어는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서 활용되지만, 이를 도피처처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에서 느끼는 외로움, 스트레스, 불안정한 소속감을 사회적 관계망(SNS)을 통해 일시적으로 해소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신성만 한동대학교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요즘 청년들은 미움 받을 용기는 많은데, 잊힐 용기가 없는 것 같다”며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데, 쉽지 않다보니 도태불안을 겪는 청년이 많다. 거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소속감이 더욱 결여되며 이러한 도태불안이 확장되고, 미디어를 통해 해소하려는 노력이 엉키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 불안감, 가만히 있으면 도태된다고 생각되는 도태 불안은 ‘포모증후군(FoMO syndrome)’으로 이어진다. 포모증후군은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돼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갖는 증상을 말한다. 

신 교수에 따르면 2030세대가 살아온 환경은 모든 것에 점수를 매기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열심히 하다보니 자그마한 것 하나에도 뒤떨어지게 되고 사회적으로 유능감, 목표감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에 청년들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 함께 소속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인터넷을 통해 자기만의 도피처를 만들게 된다.

인간의 기본 심리욕구는 자율감-소속감, 유능감-목표감으로 나뉜다. 인간은 욕구 사이 간 균형을 이뤄야하는데, 한 곳이 부족하다보면 반대되는 부분을 채우면서 보상하려는 심리가 생긴다.  특히 소속감의 경우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면서 충족돼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사회생활이 단절되다 보니 인터넷 속에서 일시적인 소속감을 보상받고, 어울리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져 자율성만 더 커지게 된다.

신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동안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세계로 돌아오면서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몸은 여전히 불편감을 느끼고 있는데, SNS를 들여다볼 때 잠시 동안만 정신이 회복됐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게다가 갈수록 소속감이 충족되지 않고 자율감만 커져 악플을 달거나 도박적 게임성향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속감과 자율감 균형이 맞는 사람은 괜찮지만,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요소로 스트레스를 환기해야 한다. 단절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소셜미디어가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는 외부에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경험이나 리소스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인가구 세대별 특성. 청년은 경제, 주거, 식생활에 취약하다.   사진=박선혜 기자

혼자 사는 청년들, 경제적 스트레스에 취약

부모와 함께 살던 예전 생활방식과 달리 최근 혼자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취, 기숙사 생활로 인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시 1인가구 30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2021년) 결과, 청년비율이 48.9%로 1인가구 비율 1위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20대는 2017년 24.5%에서 2021년 26.3%로 연령별에서도 가장 큰 증가세와 비율을 보였다. 이들 대다수는 직장 또는 학교와 가까워(43.3%)지기 위해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인가구의 86.2%는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적·사회적·건강 문제가 존재했다. 특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청년들은 자립과 관련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1인가구 자산빈곤율은 18.2%로 그중 청년이 27%를 차지했다. 또한 부채가 있는 1인가구 과반수가 부채상환 부담이 크다고 답했으며, 청년 53.5%가 이에 공감했다. 부모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람도 40%나 됐다.

김성아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1인가구가 되길 선택했지만, 갓 일을 시작해 경제, 주거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주택 유형, 점유 형태,주거비 과부담 비율 등 주거 전반이 다른 세대보다 취약하다”며 “미래 불안에서 비롯된 우울증, 자살충동이 높은 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먹거리 안정성도 다소 떨어졌다. 최근 1년 식생활 형편을 볼 때, 충분한 양이나 다양한 종류의 식사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38.4%뿐이었다. 혼자사는 청년들의 식생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반면 고립감이나 우울감을 겪는 사람은 다른 세대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고 밝혔다. 

김진형 반디심리연구소 대표.   사진=박선혜 기자

“MZ세대 이해하려면 MZ로 보지 말아주세요” 

이어진 ‘MZ세대 이해하기 세션’에서는 “기성세대와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MZ세대로 구분 짓지 않는 것부터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김진형 반디심리연구소 대표는 “최근 기성세대와 MZ세대간 적잖은 갈등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모두 MZ세대가 특이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실상 MZ세대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을 정의할만한 답이 없기 때문”이라며 “MZ세대란 용어는 2030세대를 개별로 보지 않고 쉽게 덩어리로 이해하려는 사회적 경향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세대적 특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역사적 배경, 사회적 현실이 성장과정에 영향을 주며 세대 간 차이가 발생한다. 일례로 MZ세대는 인터넷이 당연한 시대에 살아왔다. 사회 공동체에서 자신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인터넷을 통해 딱 맞는 친구를 만나면 그만이다. 사회관계 기술은 기성세대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오히려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데는 포용력이 높다.

또한 쉼 없이 일만해왔던 자신들의 부모를 보며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보상이 없는 사회’라고 느끼게 되고,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가진 자들을 이길 수 없는 현실에 ‘한 탕’할 수 있는 주식이나 투자에 관심을 돌리게 되고, 디지털에 미숙한 어른들을 보며 공경보다는 ‘챙겨줘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기성세대로부터 어른의 책임이라는 막막함과 불안을 느껴왔던 MZ세대는 일보단 자기 가치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자유, 독립에 대한 열망이 증가하는 반면, 타인에 대한 배려는 감소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가까운 사람도 적일 수 있다’는 인식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교류의 장벽은 더 높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MZ세대는 가치관과 신념을 찾음으로써 기존 문법과 학술로는 이해할 수 없는 넓은 개인 공간을 만들고 있다. 스스로를 탐구하며 그들만의 다양성과 고유한 특징을 만들어 냈다”며 “그들 각각을 이해하고 포용하려 노력한다면 그들의 장점도 금방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즉, 다양성이 존재하는 MZ세대는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MZ세대와 갈등을 풀기 위해선 ‘그들(MZ)’로 보지 않고 ‘그’에게 초점을 둬야한다”며 “그들의 행동과 행동의 이유에 대해 물어보고 관심을 갖도록 하자. 자신의 얘기가 아닌 그들의 언어에 집중하고, 되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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