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은 30일(한국시간) 중국 프로리그(LPL)의 징동 게이밍 인텔(이하 징동)과 미국 애틀랜타의 스테이트 팜 아레나에서 ‘2022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4강전을 치른다. T1이 징동을 꺾으면 2017년 이후 5년 만에 롤드컵 결승에 진출한다.
아울러 T1이 결승에 진출하면 롤드컵 결승전이 5년 만에 LCK 팀들 간의 내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이번 대회 4강에만 3팀을 올린 LCK는 현재 결승 진출을 확보한 상황이다. T1과 반대쪽 브라켓에 위치한 젠지 e스포츠와 DRX의 맞대결 승자가 결승에 올라간다.
T1과 맞붙는 징동은 강력한 우승 후보다. 이번 대회 경기력만 놓고 보면 T1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그간 리그에서 오뚝이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 징동이라 쉬이 승자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 롤드컵에서 LPL 소속으로는 홀로 4강에 진출한 EDG가 젠지와 담원 기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이력이 있는 탓에, 서머 시즌 우승팀인 징동의 전력을 고평가하는 목소리도 많다.
다만 T1의 손을 들어주는 신호도 적지 않다. 그룹스테이지에서 디펜딩챔피언 EDG를 연파하며 A조 1위를 기록한 T1은 8강에선 LPL의 로열 네버 기브업(RNG)을 3대 0으로 눌렀다. LPL 팀을 상대로 유독 좋은 경기력을 보인 만큼, 징동 역시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국내외 눈길이 쏠리는 빅매치업을 앞두고 알아두면 좋은 관전 포인트 몇 가지를 준비했다.
#1. 369-카나비, 징동의 탑-정글을 막아라
징동의 핵심 전력은 탑-정글 포지션의 선수들이다. 탑 라이너 ‘369’ 바이자하오와 한국 국적의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의 폭발적인 시너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바이자하오는 이번 대회 ‘제우스’ 최우제(T1), ‘너구리’ 장하권(담원 기아)과 함께 대회 최고의 탑 라이너로 거론되는 선수다. 최우제의 폭발력을 억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원으로 평가 받는다.
T1은 대체로 최우제의 강한 라인전 능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풀어나간다. 최우제가 바이자하오를 뚫지 못하거나, 도리어 넘어진다면 양상이 불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
이런 바이자하오의 칼을 더욱 예리하게 만드는 선수는 서진혁이다. 주로 바이자하오와 탑 쪽에서 상황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그는, 특히 초반 전령 전투에서 뛰어난 교전 능력을 바탕으로 변수를 만들어내곤 한다. 이 과정에서 킬이라도 먹는다면 과성장을 앞세워 팀을 승리로 이끈다.
T1으로선 정글러 ‘오너’ 문현준의 어깨가 무겁다. 그 역시 서진혁 못지않게 뛰어난 교전 능력을 보유했다. RNG전에선 기민한 움직임으로 정글러 ‘웨이’의 발을 묶었을 정도로, 최근엔 초반 설계 능력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문현준이 적극적으로 탑에 개입해 최우제의 성장을 돕고, 동시에 서진혁을 억제할 수만 있다면 의외로 싱거운 승부가 펼쳐질 수 있다.
#2. 구마유시-케리아, 균형을 무너뜨려라
전문가들은 이번 매치업에서 바텀의 구도가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서머 시즌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던 T1의 바텀 듀오는, 이번 대회 들어 기량이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다수의 경기에서 라인전 우위를 점하고, 타 라인에 영향까지 미치고 있다.
앞선 RNG전 2세트에서 대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텀 듀오의 덕이 컸다. 초반 최우제와 문현준이 크게 실점하며 패색이 짙어졌지만, 잘 성장한 이민형과 류민석이 교전 때마다 활약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명성 높은 ‘갈라’와 ‘밍’ 듀오를 확실히 서열 정리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의 기량은 절정이다. RNG전 2세트를 포함해 9경기에서 7경기를 노데스로 마무리했다. 좀처럼 죽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특유의 거리 재기 능력으로 딜을 욱여넣고 있다. 전승 우승을 차지했던 스프링 시즌의 폼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반면 이들과 상대하는 ‘호프’ 왕제와 ‘미싱’ 루윈펑은 이번 대회에서 이렇다 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기력으론 T1 바텀 듀오를 억제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상체 쪽 전력에서 균형이 점쳐지는 가운데, T1의 바텀 듀오가 우위를 점한다면 T1 측에 유리한 경기 흐름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3. 페이커, 5년 만의 결승 진출 이뤄낼까
한편 ‘페이커’ 이상혁(T1)이 2017년 이후 5년 만에 롤드컵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당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른 그는, 2019년과 2021년 롤드컵에 출전했으나 모두 4강에 그쳤다. 이상혁이 결승에 진출한다면 자신의 롤드컵 통산 4회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상혁은 앞선 RNG전 2세트에서 상대의 무수한 갱킹을 흘려내는 등 맹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징동전에서도 맞라이너 ‘야가오’ 쩡치를 억제하고, 상대에게 결정타를 날리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