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대한 보도가 연일 이어지며 지역명을 사건에 집어넣는 것은 트라우마를 가중시킨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일부 언론은 해당 사건을 ‘10·29 참사’로 부르기로 했지만 참사의 원인 중 하나인 장소성이 지워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 명칭에서 장소 이름을 지우는 게 이르다고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참사를 ‘10·29 참사’로 부르자는 제안이 있지만 적어도 아직은 명칭에서 ‘장소성’을 지우는 건 섣부르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장소의 물리적 조건이 참사와 깊이 관련 있다는 점에 더해 장소의 안전 관리에 직접 책임이 있는 기관들의 과실을 지금 따져 묻는 중 아닌가”라며 “적어도 지금은 지역의 이미지 저하 같은 문제보다 이 장소성에 더 단단히 천착할 때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사가 벌어진 현장에는 불법 건축물 등 지역상의 문제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역명을 지우면 해당 부분의 논의가 약해질 거란 지적이다.
앞서 지난 5일 한 언론사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벌어진 압사 참사를 ‘이태원 참사’가 아닌 ‘10·29 참사’로 부르겠다고 했다. 이는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지어 해당 지역에 피해를 주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번 참사를 겪은 사람들의 트라우마와 관련한 대책은 세워지고 있지만 명칭 사용에 대한 논의는 없다시피 했다.
이렇듯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이 지나며 명칭 문제 해결에 대한 의견이 다수 나오는 상황이다. 장소가 명칭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장단점이 있어 정치권 차원에서 이를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는 이태원 지역 주민의 피해를 막기 위한 명칭 변경의 노력은 바람직한 것 같다고 전했다. 명칭에서 지역 이름을 지워도 참사의 원인을 찾을 때 지역 이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태원 상인들이 뭘 잘못한 게 아니라 당연히 (군중을) 관리해야 하는 공권력이 관리를 안 해서 벌어진 참사”라며 “이를 ‘이태원 참사’라고 하면 그 지역에 낙인이 찍혀 이태원 상인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그런 피해를 막기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역 이름을 일부러 지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가 살인 사건 같은 것을 보도할 때 지역 이름을 내세웠다가 그 지역에 큰 손해를 끼친 적이 있다”며 “그런 것에 대한 반성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10·29 참사라고 말을 해도 (원인 규명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대해서는 계속 이야기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명칭에서 이태원을 빼는 게 더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