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흡연 인구는 줄고 있지만 전자담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연초로 불리는 궐련 중심의 시장에서 담뱃재가 없고 냄새가 덜 나는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전자담배를 하나의 스마트기기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탑재한 전자담배 출시도 계속되고 있다. 또 해외 전자담배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국내 주요 담배회사들의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NO담’ 느는데, 커지는 담배시장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흡연자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08년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의 27.8%였던 흡연자의 수는 2020년 20.6%로 줄었다. 정부의 비흡연 정책 등으로 인해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4년 실내 흡연을 전면 금지시켰고 2015년에는 담뱃값을 인상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노담 세대’(NO 담배)라는 슬로건으로 여러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청소년 흡연율은 4.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회현상과는 반대로 국내 담배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담배회사 중 하나인 KT&G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KT&G는 올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액(연결 기준) 1조621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수치다.
전자담배=스마트기기
이같은 호실적의 주요 이유로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 등이 꼽힌다. 국내 첫 궐련형 전자담배인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출시된 2017년 당시 전자담배 시장의 규모는 2.2%에 불과했지만 빠르게 몸집을 키워 올해 상반기 기준 14.5%로 확대됐다. 이미 2조원 규모가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25년이면 2조5000억원 규모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상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억5770만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뛰었다. 같은 기간 종이담배 판매량이 1% 감소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전체 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8년 9.6%에서 올해 상반기 14.5%로 확대됐다.
이같은 흐름에 힘입어 담배 3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로즈만스)가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경쟁을 예고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달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마’를 선보이고 오는 10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KT&G는 9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을 출시했다.
KT&G 신제품 릴 에이블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해 흡연자의 습관이나 패턴을 분석, 최적의 흡연 환경을 제공한다. 하나의 기기로 세 가지 종류의 전용스틱 ‘에임’을 사용할 수 있다. 자동 가열과 3회 연속 사용 등 기존 기능도 유지했다. 프리미엄 모델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터치스크린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전용 앱과 연동하면 기기에서 메시지나 전화 알림, 날씨 같은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하고 있다. 연말 각 기업에서도 저마다의 전자담배를 출시 준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시장 파이가 커진다는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인 것 같다”며 “전자담배 수요가 늘수록 기능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 기술이 적용돼 소비자 편의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도 성장 요인
궐련형 전자담배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7년 약 33조원 규모였던 전세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지난해 60조원 이상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KT&G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손잡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T&G는 지난달 라트비아에 ‘릴 솔리드 2.0’과 전용스틱 ‘핏’을 출시하며 해외 수출국 31개국을 달성했다. 필립모리스와 손을 잡은 지 2년만의 성과다. 해외 궐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고 높은 판가,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로 매출액은 43.7% 증가했다.
임왕섭 KT&G 마케팅 본부장은 향후 점유율 확대와 관련 “현재 주주제안이 여러 군데에서 들어와 있는데 전자담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전체 매출의 50%까지 도달했으면 좋겠다는 목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일본 외에도 서유럽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