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대상으로 벌어진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며 “검찰이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엔 쉽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이 윗선이라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전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또 정 실장 압수수색 관련한 첫 입장 표명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이어 “이런 허무맹랑한 조작 조사를 하려고 대장동 특검을 거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조작은 결국 진실이 드러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속이고 역사를 속이는 것도 잠시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정 실장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한 후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정조사 요구서 등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서만 말했다.
지난 9일 이 대표가 국회 본청 당대표실을 나와 1층으로 걸어갈 때 정 실장에 대해 기자들이 물어봤지만 이때도 묵묵부답이었다. 기자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었고 이 대표는 웃는 표정을 지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부인하자 일각에서는 방어전에 돌입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11일 쿠키뉴스에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언론에 입장문을 내고 “검찰 정권의 정적 사냥은 실패할 것이고 끝내 이재명 대표의 결백함은 드러날 것”이라며 “단언컨대 그 어떤 부정한 돈도 받은 일이 없고 부정한 결탁을 도모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482억원 약정설도 저수지 운운하는 발언도 그들의 허구 주장일 뿐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민주당사는 제가 한 번도 근무한 적이 없는데 왜 압수수색을 시도하는지 의문이었다. 검찰이 그래서 정치 수사를 한다는 오명을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얼어붙은 국면 속에서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해 적극 행동한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1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응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나 지지율상 이 대표가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서는 지금 (양당의) 대결 구도에서 판세상 불리하다는 것을 감지했다고 봤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은 “이태원 참사로 중간지대에서 양당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MZ세대나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런 행동 이후 정 실장의 혐의가 없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설득력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당 차원의 차별적 경쟁력 부실”이라며 “경쟁력 차원에서도 방어태세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렇게 처절할 정도의 방어를 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이 대표가 잘못한 게 있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수 있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 같다”며 “부정적 영향을 막는 성격의 시도”라고 강조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