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플레이션’에 떠는 소상공인…“멸균우유 대체도 못해”

‘밀크플레이션’에 떠는 소상공인…“멸균우유 대체도 못해”

기사승인 2022-11-12 06:00:29
사진=안세진 기자

“우유가격이 오르면 진짜 힘들어져요. 기본적으로 라떼 음료를 비롯해서 빵이나 케잌 등 디저트류에 우유가 들어가니까요. 우유가격도 갈수록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다보니까 따라가기 벅차네요”

우유가격이 오는 17일부터 줄줄이 오른다.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 가격 인상 폭을 결정함에 따라 주요 유업체들도 속속 흰 우유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빵, 아이스크림, 커피, 제과 등 우유와 버터가 들어가는 제품들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우유 가격 인상에 그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원유가격 따라 유제품 가격도 인상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업체들은 최근 우유제품 가격을 동시다발적으로 올리고 있다. 빙그레는 11일 바나나맛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을 11월 중순 이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바나나맛우유(240ml)는 기존 1500원에서 1700원으로 200원(13.3%) 인상된다. 그 외 유통채널에서 판매되는 굿모닝우유(900ml)는 8%, 요플레 오리지널은 16% 인상될 전망이다.

동원F&B도 이달 17일부터 우유 제품을 평균 5% 인상한다. 이에 '대니쉬 The 건강한 우유 900㎖' 가격이 2240원에서 11.16% 인상돼 2490원으로 비싸진다. 흰 우유 외에도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요거밀 △덴마크 오리진 등 가격 인상에 포함됐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같은 날부터 우유 전체 제품 가격을 평균 6% 올린다. 흰 우유 1000㎖ 제품 가격이 6.6% 인상되면서 대형마트 기준 2710원이었던 가격이 2800원 후반대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 제품 가격을 900㎖ 기준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57%, 남양유업은 2650원에서 2880원으로 8.67% 각각 인상한다.

유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원유가격 인상과 함께 설탕, 커피 등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비용, 물류 비용, 환율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제조원가가 급등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낙농가와 유업체들은 이달 4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 1L당 49원 인상을 결정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우유 들어가는 커피·빵 가격도 인상 우려

흰 우유 가격이 오르면 밀크플레이션도 배제할 수 없다. 우유 가격 인상에 따라 관련 제품들의 가격 인상도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8월 원윳값이 오른 직후 그 해 10월부터 유업계 기업들이 일제히 흰 우유 가격을 인상했다. 이후 스타벅스와 파리바게뜨 등 업종 특성상 우유 사용이 많은 외식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스타벅스는 우윳값 인상 후 약 3개월 만인 올 1월부터 우유가 들어가는 카페라떼를 비롯한 46종 음료 가격을 최대 400원 올렸다. 파리바게뜨는 올 초 식빵·케이크를 포함한 66종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동네에서 카페,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우유가격 인상 관련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여럿이다. “우유로 만들 수 있는 메뉴나 음료들이 정말 많은 만큼 우유가격이 오르면 진짜 힘들어진다”, “결국 오르겠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따라가느라 힘들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포구의 한 카페 사장님은 “우유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을 올리다 보니까 대체해서 사용할 우유도 마땅찮다”며 “그렇다고 제품 가격을 한 번에 확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멸균우유가 대체품으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사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포구 한 카페 사장님은 “카페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멸균우유를 사용할 때 맛이 확실히 다르다”며 “단골 고객이 있는 카페라면 자칫 고객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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