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핀테크 플랫폼 회사들이 수도권에 자리잡지 않습니까? 제조업 회사들이야 지방에 있지만 수많은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핀테크 플랫폼을 한번 비수도권에서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가 있습니다”
조각투자 부동산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고 있는 루센트블록의 허세영 대표는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33세의 젊은 CEO다. 허 대표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에도 제대로 된 핀테크 플랫폼 회사를 일궈나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본사가 위치한 대전과 서울을 왕복하고 있다.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청년 CEO의 마음을 깨우다
미국에서 태어나 2014년 하반기 국내 한 소셜 벤처회사에 재능기부로 일을 돕던 허세영 대표는 독특한 문화공간을 즐길 수 있는 성수동에 자리잡게 됐다. 당시 상수동은 전국에서 가장 ‘핫 한’ 공간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상권을 만드는데 기여했던 원 임차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내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
이 과정을 보게 된 허세영 대표는 작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임차인들도 건물의 소유권을 조금이라고 가지고 있다면 쫒겨날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며 “지금 제가 운영하고 있는 ‘소유’는 그 생각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ETRI 예비 기술 창업으로 시작한 루센트블록은 ‘모든 이에게 소유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다. 건물주는 신탁사에게 부동산을 위탁하고, 신탁사는 다분할 전자 수익증권을 발행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증권 거래소 소유는 건물의 공모를 주관하며, 투자자가 공모에 참여하면 수익증권을 배당하는 형식이다.
루센트블록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1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으며, 하나은행,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캡스톤파트너스 등 시리즈 A라운드에서 약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대전에 자리잡다
루센트블록은 핀테크 스타트업 회사지만, 본사가 위치한 곳은 대전광역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들은 테헤란로나 판교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것을 감안하면 특이사항이라 할 수 있는 셈이다.
허세영 대표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대전에 자리잡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떤 스타트업을 운영한다는 건 실험의 연속이라고 본다”며 “스타트업에서 좋은 지표를 만들고 매출을 내고 이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진정한 설득성, 좋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보자 라는 것도 되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루센트블록의 본사는 대전 신세계백화점에 자리잡고 있고, 디자이너나 개발자 등 핵심인력들이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신규 인력 유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성공적으로 지역에 정착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걸어가는 걸음마다 ‘미답지’…새로운 시장에서 증명하다
허세영 대표는 루센트블록을 운영하면서 ‘미답지’를 개척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조각투자라는 신사업에 진출한 스타트업으로서 금융당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허 대표의 설명이다.
허 대표는 “부동산 조각투자 시스템 자체가 그간 금융업권에 없던 서비스다 보니 시장 진출이라는 것이 곧 세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의 연속이라고 보면 된다”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금융당국에게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각투자 시장이 지금 커지고 있는 상황 속 부정적인 시선들에 대해 더 피드백을 받고 고칠 수 있을 부분이 있으면 고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있다”며 “금융소비자에게 조각투자가 안전하다는 보장과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게 현재 루센트블록의 KPI(핵심성과지표)라고 보시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과 긴밀한 협업…증권사 협업부터 오피스 대여까지
루센트블록이 자리잡기 위해 허 대표는 하나금융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본사가 대전에 있다 보니 서울 거점 오피스가 별도로 필요했는데, 애자일랩에 선정되면서 서울 오피스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사업전략 및 투자유치를 포함한 많은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하나증권과 하나은행에서 루센트블록에 시리즈 A 투자사로도 참가하는 만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루센트블록이 하나증권과 계좌관리기관 MOU(업무협약)를 맺은 것도 큰 기점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허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2021년 하나증권과 계좌관리기관 MOU를 체결하며 부동산 조각투자 서비스와 증권사와의 최초 협업사례를 만들어 냈다”며 “주식과 같은 상장증권처럼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되고, 전자증권법에 따라 수익증권의 거래 관리가 진행되는 최초의 모델을 하나증권과 함께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자산신탁의 경우 소유가 상장하는 물건의 신탁사 컨소시엄에 포함되어 있고, 상장할 부동산을 수탁하고, 수익증권으로 발행하는 업무를 함께 하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에게 신뢰성도 함께 얻게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허 대표는 청년 스타트업 CEO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는 “저도 아직 걸음마 단계라, 거창한 당부보다는 함께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길에 뛰어드신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갈 길이 멀어 보이더라도 스스로를 믿고, 구성원들을 믿으면서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원큐 애자일랩이란?
하나원큐 애자일랩은 하나금융그룹이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5년 신설 이후 이번 13기까지 총 156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한 바 있다.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개별 사무공간인 스마트 워킹 스페이스 제공과 함께 ▲하나금융그룹 그룹사 현업 부서와 협업 ▲외부 전문가 경영·세무 컨설팅 ▲하나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 지원 등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