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범국민 서명운동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여야 갈등이 커지고 있다.
1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운동은 오는 18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서명운동에 25만여명이 참여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에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범국민 온라인 서명운동에 25만여명이 동참했다”며 “분명한 여론 앞에서 집권여당이 귀를 막고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 서명운동을 장외투쟁이라고 하면서 국회 책무를 져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장외투쟁’이라고 평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국정조사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서 장외투쟁까지 하는 전략적 목적이 있어 참여하지 않는 게 맞는다는 결론이 압도적”이라고 질타했다.
당 지도부가 강경한 메시지를 내면서 각 당의 논평에도 원색적인 비난이 포함됐다. 이수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세월호 때 가만히 있으라는 지침은 희생을 키웠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가는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가만히 있으라는 지침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에 관해 가만히 있지 않은 모든 발언에 정쟁이라는 딱지를 붙여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며 “맞서 싸우지 않고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침묵을 방패로 삼는 정권에 맞서 싸우지 않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민주당이 국민서명을 구실삼아 이재명 살리기 방탄천막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며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는 정치조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국정조사는 본회의 의결과 조사계획 작성, 증인 범위 협의 등 준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며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진상규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어렵게 국정조사가 개시돼도 실효성 있는 진상규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강제수사가 제한되고 형사 책임과 관련된 증언을 일체 거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여야의 갈등이 ‘정치적 접근방식’에 따른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봤다. 범국민 서명운동이 여당에 압박을 넣기 위한 보조 수단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여당은 국정조사를 제외한 다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분석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정부에 대해) 이태원 참사 관련해 허술한 대응을 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민주당은) 야당의 시간인 국정조사 국면으로 빨리 돌아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런 차원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라며 “(범국민 서명운동은)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국회를 버리고 장외로 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다수당인 야당이 힘을 가져야 하는 것도 정치적 생리”라며 “이재명 대표도 본인이 리더십을 가지면 민주당에도 좋고 정치적 위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범국민 서명운동과 장외투쟁이 이 대표를 위한 것도 전제에 있겠지만 그것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당은 국정조사가 아닌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문제의 핵심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치적 접근 방식의 차이”라며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이태원 참사 문제에 누가 더 본질적이고 책임 있게 접근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