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통로 중 하나로 지목되는 세계 최대 포털 구글이 ‘마약 마케팅’ 검색어 제한 조치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적극 호응한 국내 포털과는 대조적이다.
‘마약 마케팅’은 마약이라는 단어를 상품명에 붙이는 일종의 판매 전략이다. ‘마약 김밥’부터 ‘마약 치킨’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각종 상품에 쓰이고 있어 마약류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의식이 약화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구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마약 마케팅’을 제한하거나 검색어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단 의사를 표명했다. ‘마약’이란 검색어를 배제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면서 법적 규제가 마련된다면 그때 가서 고민해보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구글은 네 단락의 회신문을 통해 “구글(Google) 쇼핑은 기분 전환용 약물(마약류)은 위험 제품 정책에 따라 금지되긴 하나 특정 단어를 검색어 일부로 입력하는 걸 금지하는 정책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 및 법 집행 등 일부 합법적인 목적에 따라 필요할 수 있어 금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적 삭제 요청이 있으면 서비스 지역의 현지 법률에 따라 ‘검색어 제한’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모호한 답만 내놨다. 구글코리아 측은 “구글 검색 및 쇼핑은 동일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된다”는 이유를 들었으며, 법적 규정이 있어야 조치할 수 있다는 식의 답변을 전개했다.
구글이 사회적인 문제가 된 ‘마약 마케팅’을 사실상 방치하는 모습은 국내 포털사 및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학부모 단체인 ‘동작구 멈춰 마약 마케팅 학부모 모임’은 마약 마케팅의 부적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지난 5월부터 국내 대형 포털사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 쇼핑 섹션에 한해서라도 ‘마약’ 검색 금지어 설정을 요구해왔다. 현재까지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을 비롯해 대형 쇼핑몰인 쿠팡, 11번가, 지마켓, 옥션, SSG, 위메프 등이 해당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구글만은 요지부동이다.
포털 및 유통업계 관계자는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통상 쇼핑업계에서 취급할 수 없는 상품이나 사회적 이슈가 있어 문제 시 되는 검색어에 대해서는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한다”며 “결국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으로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가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미국을 비롯한 영어문화권 검색서비스에서는 마약을 뜻하는 ‘Narcotics’ 단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괸리하고 있는 반면, 한국어 단어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에 ‘Narcotics’이란 단어를 치면 쇼핑 섹션에 마약에 대한 지식을 담은 전문 서적 10개 남짓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어 ‘마약’을 검색하면 ‘마약 쇼파’부터 ‘마약 간식’까지 수백개의 상품들이 뜬다.
장진영(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 변호사는 2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마약’ 단어 검색 자체를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구글 쇼핑에 한 해 제한하라는 것인데 회신해온 것을 보면 구글은 사안조차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구글도 소비자기본법상 소비자들이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 의무가 있는데 검색어 제한 요구에 제대로 답도 하지 않는 모습은 결국 한국 소비자는 전혀 배려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글의 태도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마약, 매춘, 담배 등과 관련된 것들은 수요를 줄이는 일명 ‘디마케팅’ 기법이 필요한 영역으로 정부의 개선 의지가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한다”며 “‘검색이 생명’인 구글의 입장도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압박한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측에 질의서를 보낸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정부 차원에서 마약 근절과 마약중독 치료 및 예방을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영향력이 강한 몇몇 외국계 기업이 본사 정책을 국가정책보다 우선시하는 모습으로 이런 노력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면서 “청소년을 포함한 우리 국민이 마약중독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기업과 단체의 노력이 함께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