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동절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추가 접종이 한 달을 맞았다. 3가지 종류의 백신 중 BA.4/5 기반 화이자 2가 백신을 맞는 게 유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8일 0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전체 동절기 백신 접종자 814명 가운데 BA.4/5 화이자 동절기 백신을 맞은 사람은 500명이었다. 접종 비율은 약 61.42%였다. △모더나 BA.1 159명 △화이자 BA.1 151명이었다.BA.4/5 선호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주 전체 동절기 백신접종 중 BA.4/5 화이자 접종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한때 약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21일 60.13%→22일 57.99%→23일 59.85%→24일 60.76%→25일 63.46%→26일 68.85%로 집계됐다.
BA.4/5 기반 화이자 접종이 처음 시작된 14일은 접종 비율이 59.29%였다. 이후 15일 52.67%→16일 53.87%→17일 54.22%→18일 57.81%→19일 65.27%→20일 65.62%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동절기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직접 접종에 참여한 고위공직자들도 BA.4/5 화이자 백신을 선택했다. 김현준 질병청 차장은 지난 25일 한 병원에서 BA.4/5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백경란 질병청장도 마찬가지였다.
방역당국은 모더나사가 개발한 BA.4/5 기반 백신도 도입 검토 중이라 앞으로도 BA.1 기반의 백신 접종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모더나는 지난 15일 BA.4/5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 중인 2가 백신이 원래 백신보다 뛰어난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현재 질병청이 모더나 BA.4/5 백신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 식약처가 허가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일선 병의원에서도 낮은 접종률과 BA.4/5 선호 현상으로 남은 2가 백신을 폐기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 김모 원장은 “기존부터 모더나를 쭉 맞아왔던 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다수가 화이자 BA.4/5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유효기간 경과 등으로 의료기관에서 자체 폐기하는 2가 백신 양이 꽤 된다”며 “정부가 미리 계약했던 분량에 비해 현재 접종률이 낮고, 또 BA.4/5 기반 백신이 생각보다 빠르게 도입된 요인이 작용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질병청에 따르면 폐기된 2가 백신 중 대다수가 모더나 BA.1다. 현재까지 폐기된 모더나 BA.1 물량은 약 11만7000 도즈에 달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폐기사유는 대부분 유효기한 경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2개 종류 중 유효기간이 도달한 백신은 현재 없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여태까지는 한 우세종이 압도적으로 유행을 주도했는데 현재는 여러 바이러스가 우세를 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양상이다. 향후 유행 양상을 예측하기 힘들어 BA.4/5 기반이나 BA.1 기반 중 어떤 백신을 맞는게 유리하냐는 사실 무의미하다”며 “어쨌거나 세금으로 구입한 백신이 폐기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