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입장에서 성수는 굉장히 매력적인 동네예요. 젊은 층 유입이 많고 무엇보다 서울에 이같이 널찍한 동네가 많지 않으니까요. 다만 오감만족 등 팝업스토어가 가지고 있는 컨셉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는 만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피로도가 쌓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다음 단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요”
W컨셉이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첫 팝업스토어 ‘그라데이션’을 오픈하고 소비자들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 내 입점 매장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 진출은 처음이다.
점심시간인 12시 오픈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로 매장 앞은 북적거렸다. 이날부터 4일까지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30분 단위로 40여명씩 사전 방문 예약을 받았는데 예약 오픈 이틀 만에 마감됐다. W컨셉은 총 3일 간 20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전에 예약하지 못한 경우 현장에 와서 대기 후 순차적으로 입장할 수 있다. 길게 늘어선 줄 반대쪽으로는 사전 예약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또 줄을 서 있었다. 직원들은 이날 방문하기로 한 예약 고객이 방문하지 않거나 공간에 여유가 생기자 이들을 입장시켰다.
이날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대학생 A씨(23)는 “오늘 친구들과 성수에서 만나기로 했다. 돌아다니던 와중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오게 되었다”며 “W컨셉에 대해 알고 있다. 친구들이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우선 다채로운 색상의 옷과 오브제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1층 전시 공간에는 프론트로우, 잉크, 렉토, 닐바이피 등 올해 W컨셉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상위 10개 브랜드의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크로플 대표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 '아우프글렛'의 새로운 디저트도 맛볼 수 있었다. 또 대형 오브제와 아트 거울이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2층 쇼룸 공간은 W컨셉에 입점한 80여 개 브랜드의 140여개 아우터를 직접 입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특히 상품은 평균 사이즈로 구성해 핏과 재질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뒀고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W컨셉 관계자는 이번 팝업스토어에 대해 “백화점 오프라인 외 첫 팝업 매장”이라며 “성수에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만큼 브랜드 알리고 상품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의 경우 공간이 정형화돼 있어 많은 제약이 뒤따르는 반면 팝업스토어는 보다 다양한 오브제 구성 및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다”며 “이번 팝업스토어는 3일간만 운영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향후 다른 방식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늘려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오감자극 콘셉트 팝업스토어는 지난해부터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해 성수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체들이 진행한 바 있다. W컨셉의 경쟁사 중 하나인 무신사와 29CM에서도 비슷한 컨셉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다. 양사 팝업스토어 모두 시각 자극 요소로 옷과 아티스트 조형물을 활용하고, 미각 자극 요소로 커피 등 카페 메뉴를 배치하는 등 방식이 흡사하다.
성수동의 한 기업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B씨(36)는 “기업들 입장에서 성수는 굉장히 매력적인 동네”라며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 촉진을 위해 이들과의 점점을 늘릴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했고 성수는 기업들이 입점하기에 동네가 널찍하고 매력적인 건물이 많았기에 최근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수의 인기는 꽤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서울에 이같은 동네가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팝업스토어가 가지고 있는 컨셉의 한계가 분명 존재하기에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쌓이게 되고 기업이 투자한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접근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