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카타르 월드컵과 12월 한파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편의점과 치킨업계는 겨울 저녁 월드컵 경기로 인해 매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또 예년보다 따뜻한 기후로 11월 성수기를 놓쳤던 패션업계는 12월 한파를 맞아 뒤늦게 매출 올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월드컵에 편의점·치킨업계 매출 ‘쑥’
5일 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둔 지난 2일 CU, GS25, 세븐일레븐 3사의 2주 전(11월 18일) 대비 맥주, 치킨, 안주류 매출 증가율은 112.0~129.3%에 달했다. 추운 날씨 속 야외 응원에 나선 사람들이 몰려 핫팩과 우의, 보조배터리 판매량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8배 폭증하기도 했다.
CU는 롯데와 협업해 5~6일 ‘가나초콜릿 2+1’ 증정 행사를 펼친다. 우리나라 16강 진출의 최고 조력자로 꼽히는 가나에 대한 축구팬들의 글이 화제가 되면서 씨유의 가나초콜릿 매출이 주말 사이 32.7%나 깜짝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축구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를 광고 모델로 밀고 있는 브랜드도 월드컵 덕을 보고 있다. 메가커피는 전속 모델인 손흥민 선수를 활용한 AR소니 인증사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AR손흥민을 활용해 손 선수의 시그니처 자세인 ‘찰칵 세리머니’ 모습을 똑같이 따라 하는 등의 사진을 찍어 개인 SNS에 올리고 있다.
치킨업계도 효과를 누리고 있다. BBQ, BHC, 교촌치킨 등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주문량이 밀리는 모양새다. 일부 점포는 일일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주문을 처리했지만, 준비한 닭이 3시간 만에 동난 점포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우루과이, 가나전 이후 배달을 시켜도 기본 두세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소비자분들도 알아서 그런지 포루투갈전 때는 4시 정도부터 주문이 이어졌다”며 “주문량을 전부 감당하지 못해서 못받는 주문량도 수두룩했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전은 새벽 4시 중계인지라 이전 경기들보다는 매출이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날 저녁으로 주문이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패션업계, 11월 놓쳤지만 한파 노린다
패션업계도 뒤늦은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앞서 지난 11월 대형마트와 이커머스의 겨울 용품 매출은 대부분 전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11월 하순까지 10~20도 수준의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겨울 아우터와 난방가전, 방한용품 등의 판매가 부진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부터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로 유통업계는 미뤄뒀던 겨울 상품 행사를 서둘러 시작하는 모양새다. 특히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겨울 아우터 실적이 부진해 예상 매출을 채우지 못한 업체들은 재고를 풀어 아우터 할인율을 늘리고 기획전 규모도 대폭 키웠다.
최근 MZ세대의 놀이터가 된 성수를 중심으로 11월 팝업스토어를 선보인 업체도 이미 여럿이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지난달 말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를 이어갔다. 약 일주일 기간동안 1만명 이상의 MZ세대가 방문했다. 또 자라와 W컨셉 등도 성수에서 최근 첫 번째 팝업스토어를 열고 겨울철 상품을 적극 홍보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보통 11월이 패션 기업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달이다. 수익이 남기 위해서는 여름철 반팔보다 겨울철 아우터류의 옷을 팔아야 하고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직전 소비자들이 이를 많이 찾기 때문”이라며 “이번 11월은 지난해보다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예년만큼의 큰 성과는 없었지만 갑작스레 다가온 한파에 맞춰 관련 상품들이 속속 판매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