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안전 우려 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이 구속됐다. 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은 구속을 면했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판사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법원이 발부한 첫 구속영장이다.
박 전 정보부장과 김 전 정보과장은 핼러윈 기간 인파 우려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함께 구속 심사를 받은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해 “증거 인멸,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송 전 실장은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지만, 참사 초기 현장에서 경찰 대응을 적절히 지휘하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참사 발생(10월29일) 나흘 만에 출범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한 달여만인 지난 1일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 등 구속영장이 일부 기각되면서 향후 특수본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책임자들에 대한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윗선으로 향하는 수사가 더뎌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장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다른 기관 책임자의 신병확보는 물론 참사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게 됐다. 이들의 혐의가 인정돼야 경찰 지휘부,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 책임 소재의 윗선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특수본은 전날 참사 당일 현장에 도착한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등 3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특수본에 입건된 피의자는 총 21명으로 늘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