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펠레 투병 중인 대장암, 韓 2040 발병률 세계 1위

축구 황제 펠레 투병 중인 대장암, 韓 2040 발병률 세계 1위

대장암 진료 인원 5년간 6.6% 증가
2040 대장암 발병률은 42개국 중 1위
서구화된 식습관·운동 부족 원인
“대장내시경 권고 연령 낮추는 방안 검토를”

기사승인 2022-12-06 16:26:58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브라질이 2022 카타르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브라질은 6일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4-1로 승리를 거뒀다. 브라질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축구 황제’ 펠레(82)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승리를 기뻐했다. 펠레는 1958년, 1962년, 1970년 월드컵에서 3차례 우승한 단 한 명의 선수다.

펠레는 지난해 대장암 진단을 받고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현재 브라질 상파울루 병원에 입원해 대장암, 호흡기 질환을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SNS에 “병원에서 TV로 경기를 보며 (브라질)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라”고 응원글을 적기도 했다.

대장암은 결장, 직장 등 대장에 생긴 악성 종양을 일컫는다. 발병 위험성과 완치 가능성이 모두 높아 ‘두 얼굴의 암’으로도 불린다. 가장 흔한 증상은 혈변이다. 체중 감소, 복통, 대변 굵기가 가늘어졌을 때도 대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내 대장암 발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장암 진료 인원은 지난 5년 동안 6.6% 증가했다. 지난 2017년 13만9184명에서 지난해 14만8410명까지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1.6%다. 대장암 환자의 건강보험 총진료비도 2017년 7471억에서 지난해 8888억으로 1417억 늘었다. 

성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성별 대장암 환자는 남성(8만7740명)이 여성(6만670명)보다 많았다.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장암 특성상 연령대별로는 60대가 4만5484명(30.6%)으로 가장 많았다. 70대 26%, 50대 18.4%, 80세 이상 15.3%, 40대 7.1% 순이었다. 

특히 우려할 점은 젊은층 대장암 발병률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40대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라는 해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안슈츠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최근 의학 저널 ‘랜싯’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20~40대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1위였다. 20~40대 대장암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도 4.2%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젊은층 발병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권계숙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식습관 서구화와 내시경 검진의 높은 접근성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권 교수는 “예전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 섬유질이 많은 야채를 주로 먹었는데 젊은층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동물성 지방, 붉은 고기, 가공육, 술 등 대장암 위험요인으로 볼 수 있는 음식 섭취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권 교수는 “한국은 건강검진이 잘 되어있고 외국에 비해 내시경 검사 접근성이 좋다”며 “비용도 비싸지 않고 병원, 의사도 많다. 검진율이 높아지면서 발견도 높아지는 측면도 함께 존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는 일반적으로 50대 이후 노화처럼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한국은 60대, 70대의 경우 야채 중심의 예전 식습관을 유지하고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식습관이 서구화되며 상대적으로 젊은층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젊은층에서 운동 부족으로 비만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대장암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체중이 늘어 비만이 되면 신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이 증가하며 장 점막을 자극해 대장암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지방 섭취를 많이 하면 담즙이 많이 나오는데 담즙산 역시 대장암 위험도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진=박효상 기자

50세 미만의 젊은 대장암 환자들의 예후가 50세 이상의 대장암 환자들에 비해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 박윤영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젊은 대장암 환자들의 진단 지연은 예후를 나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혈변, 변비, 체중감소 등 증상이 있어도 치질처럼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정밀검진을 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장암은 평소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권 교수는 “대장암의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인 변비를 조심하는 게 대장암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변은 독소, 발암물질 등을 몸에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대변이 장 속에 오래 머물게 되면 대장암을 촉진할 수 있다. 대장암과 변비를 동시에 피하려면 담배와 술,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야채, 과일, 등 섬유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고 많이 움직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대장암 검사는 50세 이상부터 무료다. 대변에 잠혈(피)이 묻어나오는지를 살피는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를 1차로 시행해 양성 등 이상 소견이 있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2차로 받는 방식이다. 권 교수는 “대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대장암 스크리닝 검사 권고 연령을 50세에서 45세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암으로 수술받은 병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매년 할 필요는 없다. 한번 검사했을 때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 4~5년에 한 번, 과거에 용종이 발견돼 제거한 적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3년에 한 번 정도가 권고된다. 권 교수는 “대장암 10~30% 정도는 유전적 경향이 나타난다. 가족 중에 누군가 유전병인 ‘가족성 용종증’이 발견됐다면 나이와 관련없이 내시경 검사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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