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금의 국민연금 보험료율로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면서 연금개혁 방향성에 대해 “세대 간 형평성이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8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이 수익률로만 평가받는 측면이 아쉽다며 기금을 활용해 다양한 복지사업을 추진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고갈시점 등이 담긴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마쳐야 한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내년 10월까지 국민연금 운영방식과 보험료율 등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민연금개혁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지난 6일 조 장관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3차 회의에 출석해 국민연금에 대해 “연금급여 수준이 낮아 적정 노후 소득보장 기능이 미흡하고, 세대 간 형평성·공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882조7000억원이다. 현행 체계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57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 복지부는 수급개시 연령 상향과 더불어 보험료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번번이 인상이 무산되면서 지난 1998년 이후 24년 동안 9%에 묶여있다.
김 이사장은 연금개혁 방향성을 묻자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 이사장은 “노후 소득 보장, 재정적 지속 가능성, 세대 간 형평성 세 가지가 조화롭게 달성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 국민연금개혁특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세대 간 형평성과 관련해서는 “후대가 우리로 인해서 소득 보장 받지 못한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 아닌가”라며 “이런 사회적 공감대가 연금개혁을 올바르게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기초연금 40만원 인상도 국민연금과 같이 연계해 논의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금 수익률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기금 적립금은 896조6000억원으로 누적 수익률은 -7.06%다. 자산별 금액 가중수익률은 국내 주식 -25.47%, 해외주식 -9.52%, 국내 채권 -7.53%, 해외채권 6.01%, 대체투자 16.24%로 집계됐다. 기금운용본부는 수익률 마이너스는 연초부터 이어진 글로벌 주식과 채권 시장 동반 약세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김 이사장은 “단편적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해서 그 돈을 다 까먹은 게 아니다.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익률을 회복하게 된다”면서 “기본적으로 장기적 수익을 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나가고 있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금운용에 있어서 수익률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복지사업을 통해 수급자, 가입자에게 되돌려주는 기능이 확충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이사장은 “국감에서도 느낀 거지만 기금과 관해 수익률과 수익률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냐 이런 말을 많이 한다”면서 “기금을 모아서 수급자에게 돌려주는 큰 줄기 속에 기금 운용이 있는 건데 금융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좀 더 기금을 활용해 수익률을 저해하지 않는 한에서 국민을 위한 복지 서비스에 일정 부분이 쓰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31조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노인복지시설, 아동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병원과 휴양시설 설치와 운영 및 자금의 대여, 학자금 대여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 기금을 재원으로 한 복지투자는 청풍리조트 운영, 노후 긴급자금대부 ‘실버론’ 사업 2가지에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2200만명이 넘고 수급자가 600만명이 넘어섰다. 법이나 시행령에서 여러 가지 복지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했는데 실효성 있는 복지사업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선순위를 면밀히 검토해서 의미 있는 사업부터 첫 단추를 끼워보려 한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