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통업계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연말 인사에서 능력 있는 여성 인재를 수장으로 올리고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면서 ESG 경영에 한 번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 CJ올리브영, 11번가 등은 처음으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여성 인재를 발탁했다. 각각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 이선정 CJ올리브영 경영리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가 자리에 올랐다.
여성 CEO들의 탄생 배경에는 강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문화에 있다. 현재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화한다. 기업들은 여성 임원을 늘림으로써 지배구조 강화를 꾀할 계획이다.
우선 LG생활건강 공채 출신인 이정애 신임 대표는 LG그룹 내 첫 여성 CEO로 발탁됐다. 1985년에 입사한 그는 생활용품·럭셔리화장품·리프레시먼트(음료) 등 LG생활건강 전반 사업 부서를 두루 거쳤다. 특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를 연매출 1조 클럽에 입성시켜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았다. LG생활건강의 음료 부문 계열사 코카콜라의 대표이사도 맡은 바 있다.
이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우선 중국 봉쇄 영향으로 타격을 입은 실적 해결로 보인다. 기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와 일본 등 포스트 차이나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J올리브영도 그룹 내 최연소 대표로 이선정 CJ올리브영 경영리더를 발탁했다. 1977년생 40대인 그는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다. 이 신임 대표는 상품기획(MD) 전문가로 불리며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속 승진했다.
이 신임 대표의 가장 큰 역할은 올해 CJ올리브영이 증권시장 침체로 한 차례 연기한 기업공개(IPO) 마무리다. 앞서 CJ올리브영은 올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준비를 해왔지만, 금융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약 없는 연기에 들어갔다.
11번가는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 이사로 발탁했다. 안 신임 대표 역시 11번가의 첫 여성 CEO로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안 신임 대표는 야후코리아부터 네이버·쿠팡·LF 등을 거친 이커머스계 전문가로 통한다. CJ올리브영과 마찬가지로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미 유통업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여성 CEO들도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창업주이거나 오너 일가와 관련한 인사들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매년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을 선정하고 순위를 매긴다. 올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은 이 사장이 유일하다. 이 사장은 2001년 호텔신라에 기획팀장으로 입사한 뒤 2010년 사장을 거쳐 2011년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라있다.
유업계 최초 여성 대표이자 여성 장수 CEO로는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수년 간 실적 개선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분유와 우유에 의존하지 않고 전 연령을 대상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김 사장은 타 대기업인 SK의 첫 여성 사외이사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여성임원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고위직 중 여성 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각 임원진분들이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해내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