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0일 오후 창립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협의회에는 참사 희생자 158명 중 97명의 유가족(170여명)이 참여했다. 대표는 고(故) 이지한씨 아버지 이종철씨가 맡았다.
유가족협의회는 출범 이유에 대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온전한 추모를 위해, 철저한 진실·책임자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국민에게 어떠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지 깊이 새기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이 땅에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유가족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뜻을 같이하며 행동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 촉구 △성역없는 엄격한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들 간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2차 가해 방지에 대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인 방안 등을 촉구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도 낭독됐다. 한 유가족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수수방관으로 인해 너희들 158명 꽃다운 20대 청춘들의 억울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엄마 아빠 유가족분들이 기운을 내고 힘을 내서 억울함과 한을 풀어주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게”라고 울먹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내내 눈물을 훔쳤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재난 앞에 성숙해야 한다. 추모를 넘어 예방으로, 정쟁을 넘어 시스템 개선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권 의원의 발언에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세월호가 가는 길이 대체 어떤 길이냐. 세월호 유가족이 반정부세력이냐”면서 “왜 벌써부터 갈라치기를 하고, 국민들한테 진실을 호도하는 것입니까. 이게 정부가 할 일이고 여당 책임자가 해야 할 얘기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유가족도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을 부르며 “아이들에게 사과하세요.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사과하세요”라고 외쳤다.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이 되는 오는 16일 이태원 역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