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사벡 하나에 의존하던 과거 신라젠 아냐”

“펙사벡 하나에 의존하던 과거 신라젠 아냐”

BAL0891와 SJ-600시리즈로 파이프라인 다양화
든든한 파트너 찾아 라이선스 아웃 전략 모색할 것

기사승인 2022-12-13 13:25:23
김재경 신라젠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신라젠의 파이프라인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신라젠은 펙사벡이라는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지배구조를 개편했고,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미래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기업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13일 김재경 신라젠 대표가 포부를 밝혔다. 신라젠은 2020년 문은상 전 대표와 일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적발되면서 코스닥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개선기간을 거쳐 최근 10월13일 코스닥 거래가 재개됐다. 거래 재개 2개월만인 이날 신라젠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연구개발 현황 및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바실리아서 ‘BAL0891’ 도입… 미국 1상 환자모집 시작

개선기간 신라젠은 바실리아파마슈티컬(이하 바실리아)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을 도입했다. 바실리아는 2000년에 로슈에서 연구개발 인력이 독립해 설립한 스위스 소재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BAL0891는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로, 종양을 유발하고 성장하는데 관여하는 2개의 인산화 효소인 TTK와 PLK1를 저해하는 이중인산화효소억제제다. TTK와 PLK1를 동시에 저해하면 암의 성장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신라젠은 미국에서 BAL0891에 대한 임상 1상을 시작한다. 이달 중으로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Mary Crowley Cancer Research를 시작으로, 뉴욕의 Montefiore Medical Center와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OSHU Knight Cancer Institute 등 미국에 위치한 세 곳의 임상 사이트에서 환자 모집을 진행한다. 

이미 임상 사이트를 확정한 만큼, 1상을 신속하게 진행해 신규 세포독성 기전의 항암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신라젠은 삼중음성유방암(TNBC) 등 난치성 암종을 타깃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향후 혈액암(AML) 등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준비 중이다.

BAL0891은 전임상에서 TNBC, EAC, CRC, UC, GC, RCC 등 다양한 암세포주를 효과적으로 저해했다. 경구 투여보다 정맥 투여에서 뛰어난 항암 효능을 나타냈다. 단독제제로서의 효능을 확인했고, 특히 유사분열을 저해하는 파클리탁셀과 병용 시 시너지 항암 효능을 보였다. 실험에 사용한 암 모델은 BAL0891 및 파클리탁셀에 약한 정도로 반응하는 모델이었지만, 두 약물의 병용에 의해 뚜렷한 항암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신라젠의 설명이다.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시리즈 순항 중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 연구개발도 주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SJ-607의 동물 전임상을 마무리했으며, 국제 학술지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에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의 학회에서도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조기 기술수출도 고려하고 있다.

정맥 투여 시 혈중 보체의 공격에 취약한 기존 항암 바이러스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 SJ-600시리즈의 차별점이다. 신라젠에 따르면 SJ-600 시리즈는 보체조절단백질 CD55를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발현시켜, 혈액 내에서 안정적으로 항암바이러스가 살아남을 수 있다. 정맥주사를 통해 전신에 투여할 수 있어 고형암은 물론 전이암까지 직접적으로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 

특히 SJ-607은 대조 항암바이러스보다 5분의1 이하의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신라젠은 앞서 진행한 동물 전임상에서 이같은 효과를 입증했다. CD55 단백질이 SJ-607 항암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선택적으로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했으며, 항암바이러스의 혈청 내 안정성이 500% 이상 개선됐다. 

SJ-607을 투여했을 때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형성됐지만,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감염시키고 사멸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중화항체에 대한 내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중화항체로 인한 항암바이러스의 효능 감소가 없으므로 반복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연두 예방주사, 원숭이 두창 예방주사 등을 접종해 백시니아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가 이미 형성된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박상근 신라젠 전무가 13일 신라젠 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펙사벡·SJ-600, 2023년 중 논문 및 학회 발표 목표

신라젠은 내년도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목표를 제시했다. 우선 펙사벡의 경우, REN026 프로그램에서 수집된 임상 데이터의 점검을 마친 후 데이터베이스 잠금(DBL)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임상 수행의 질적 검증을 위한 점검도 진행한다. 아울러 주요 학회 발표와 결과보고서(CSR) 발표도 진행할 계획이다.

SJ-600시리즈의 경우 논문 게재 및 AACR 또는 ASCO 포스터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라젠의 GEEV 플랫폼을 고도화해 최적의 치료 유전자 조합을 발굴하고, 생산 공정과 분석법도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BAL0891는 TTK-CS-101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임상 1상의 환자등록을 미국과 국내에서 진행하고, 연구자 미팅을 통해 연구자 참여도와 임상시험의 질적 향상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의학 자문과 미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향후 BAL0891 개발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모든 파이프라인, 잠재적 라이선스아웃 후보”

장기적인 기업 운영 전략도 제시했다. 신라젠은 현재까지 뚜렷한 수익 발생 사업이 없다.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했지만, 이에 따른 경영실적이 발생하는 시점은 미지수다. 게다가 거래 재개 후 신라젠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10월17일 신라젠은 1만450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이날 12시 기준 9390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라젠이 언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신현필 신라젠 전략기획본부 부사장은 “주가는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침체 상황과 바이오주의 특성이 맞물린 결과”라며 “바이오주는 성장주에 해당하는데, 지금과 같이 금리가 높을 때는 성장주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젠의 수익원에 대한 의문도 선을 그었다. 신 부사장은 “신약개발 회사는 3상을 거쳐 매출이 발생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3상 도전은 보다 든든한 파트너를 찾아 같이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라이선스아웃을 성공시켜, 승률이 높은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며 “모든 파이프라인이 잠재적으로는 라이선스아웃 후보”라고 덧붙였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엠투엔과 리드코프 등 신라젠의 대지주의 입장에서 보면, 자본시장의 상황과 회사의 연구개발 진행 수준을 고려해서 자본조달 계획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언제쯤 그런 계획이 구체적으로 구현될지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우리 나름대로 연구개발에 충실하고, 계속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으로 자리잡으면 자본조달계획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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