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9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복당을 허용하면서 대통합의 기치를 내세웠지만, 이보다는 정치적인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함께 검찰의 표적이 된 박 전 원장이 야당탄압 대응의 선봉장이 되어 주길 바라는 사실상의 영입이란 주장이다.
2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현역 의원들과 정치 평론가들은 박 전 원장의 복당은 이재명 대표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정치적 공생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검찰 수사 표적이 된 두 사람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서 일단 힘을 합쳐 공동 대응하려는 차원이란 것이다.
특히 박 전 원장 복당에 대한 당 지도부 간 이견이 나왔음에도 이재명 대표가 복당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은 결국 이 대표가 어떠한 정치적 의도나 목적을 가졌을 거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박 전 원장의 복당에 대해 탈당 이력 등을 언급하면서 강력히 반대해왔다. 지난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당헌당규 정신을 위배해 당을 떠났다는 점과 당의 분란을 자초한 과거 이력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박 전 원장의 복당을 강력하게 밀어붙이자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돌아섰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민주당 복당 의지도 꽤 컸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복당을 며칠 앞둔 지난 16일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과의 인터뷰에서 “복당이 되면 당을 파괴하려는 세력을 견제하고 민주당에 활력을 넣겠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이 언급한 ‘당 파괴 세력’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검찰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복당의 이유를 간접적으로 관측해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2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복당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각자에게 드리운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동 대응 차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검찰의 수사 대상인 만큼 당장은 서로가 필요하지만 각자 속내는 다를 것”이라며 “냉정하게 당내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부연했다.
야당탄압에 대한 공동 대응 차원 말고도 중앙 정치 경험이 적은 이 대표가 조언자로서 기용코자 했을 거란 분석도 있다.
오랜 기간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정치경험을 공유한 한 중진 정치인은 같은 날 쿠키뉴스에 “박 전 원장은 개인이 검찰과 맞서는 것과 당 차원에서 맞서는 것은 큰 차이라는 것을 익히 안다. 그러한 이유로 복당을 간절히 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대표가 정치 경력은 길다고 하지만 중앙 정치 경험은 짧다”며 “중진의원들의 정무적인 도움이 절실한데 검찰의 공세에 다들 납작 엎드려 있고, 초선들만 목소리 높이는 가운데 정치 9단이라고 불리는 박 전 원장을 당내로 불러들여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더 나아가 박 전 원장이 차기 총선 출마 또는 비대위원장직 수행을 염두에 두면서 당 복귀에 박차를 가했을 거란 분석도 있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박 전 원장의 개인적인 정치 욕심도 있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 전 원장의 여러 발언을 보면 다음 총선 출마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사법리스크 현실화로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상황이 생기면 구심점이 없는 민주당에서 비대위원장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