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태원 참사 당시 ‘닥터카(재난 현장에 의료진을 긴급 투입하는 차)’에 남편과 중도탑승해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은 명지병원 국정조사까지 언급하며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출신인 신 의원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 10월30일 0시쯤 경기 고양에서 출발한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 닥터카를 서울 마포 염리동 자택 인근에서 탑승했다. 현장 출동 도중 신 의원을 태우느라 명지병원 닥터카가 비슷한 거리에 있는 다른 병원들보다 20~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는 의혹이 국민의힘 측에서 제기됐다.
신 의원이 명지병원 소속 현역 의사가 아님에도 닥터카를 탑승한 것뿐 아니라 치과의사인 신 의원 남편이 동승한 점도 비판을 키웠다. 신 의원은 “재난 현장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구강외과 전문의인 배우자는 의료적 도움을 주고자 현장으로 향했다”며 “재난 상황에서 구강 내 출혈, 구강 내 외상은 치과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뿐만 아니다. 신 의원이 현장에 도착한 지 15분만에 보건복지부 장관 관용차량을 타고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로 향했고, 때문에 복지부 고위관계자들의 발이 묶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복지부는 해당 의혹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신 의원은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신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고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명지병원과 더불어민주당 간에 “검은 카르텔이 숨어있다”면서 명지병원도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누가 먼저 연락해서 닥터카를 불렀고, 그 때문에 얼마의 시간이 허비됐는지, 왜 남편을 태웠으며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왜 불과 15분 만에 현장을 이탈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 국정조사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골든타임 4분을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하던 분이 본인의 갑질로 (골든타임을) 갉아먹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의료계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A 응급의학과 교수는 “신 의원은 현장에 의사로서 간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 간 것”이라며 “자원해서 현장을 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신을 픽업해서 가라고 할 게 아니라 직접 명지대병원으로 갔어야 했다. 남편이 동승한 것도 문제다. 사실 DMAT팀에는 치과의사 역할이 없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장관차를 탄 것도 결국 의전을 받은 셈이다. 재난 현장에 의전이 어딨나”라며 “그날만큼은 국회의원 신분을 내려놨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소속 B 교수 역시 “자신을 태우고 가라며 중간에 닥터카가 돌아 가게 했다는 부분은 의사가 아닌 일반 국민이 봐도 상식적인 선에서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라며 재난 현장에서 치과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 의원 해명과 관련해서도 “이태원 참사의 경우 교통사고가 아닌 압사, 질식에 의한 사고다. 얼굴에 외상이 생길 일이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심폐소생술, 기도확보, 수액 투여 등이다. 재난 매뉴얼에 살펴보면 치과의사가 재난현장에 나가서 하는 역할은 따로 없다”고 했다.
다만 DMAT팀이 좀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구조에 도움이 되지 않았겠냐는 질문에는 “원칙적으로는 빨리 가는게 맞지만 이태원 참사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이번 참사의 경우에는 이미 DMAT팀들이 도착했을 때 사망하신 분들이 대다수였다. 몇 분 더 일찍 도착했다고 하더라도 아마 크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