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했다. 장 차관은 “우리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대응할 힘을 길러낼 수 있도록 학습자 주도성, 창의력 등 역량을 체계화하고 디지털·인공지능 기반의 교실 수업 개선으로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개정 방향은 △미래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 함양 △학생 개개인의 인격적 성장 지원과 공동체 의식 강화 △ 학생 스스로 진로와 학습을 설계하는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 △자기주도적 역량을 기르는 교과 교육과정 △안전교육 강화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초·중학교 정보 수업 시수가 2배 늘어난다. 초등학교는 기존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중학교는 34시간에 68시간 이상으로 편성된다. 고등학교에는 인공지능 기초, 데이터과학, 소프트웨어와 생활 등의 과목이 신설된다. 지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외됐던 수학의 행렬 단원은 부활했다. 고1 공통 과목에서 다시금 배우게 된다. 인공지능 이해를 위해서는 행렬이 필요하다는 학계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한글 교육 강화를 위해 초등학교 1~2학년의 국어 시수는 기존보다 34시간 늘어난다. 총 482시간이다. 초등학교 국어에는 매체 영역이, 고등학교 국어에는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 등이 선택 과목으로 새롭게 추가됐다.
영어의 경우, 실생활 중심의 의사소통 역량 강화로 재편됐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아닌 영어, 영어의 이해와 표현 등으로 바뀐다.
직업계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산업기술 분야 변화에 맞춰 전문 교과를 재구조화했다. 학생의 희망에 따라 세부전공과 부전공, 다른 전공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자율이수 학점을 확대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고려해 설계됐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정해진 만큼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오는 2025학년부터 전면 도입을 추진 중이다.
개정 교육과정은 오는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에, 2025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된다.
장 차관은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 “정책연구진이 마련한 시안을 국민 여러분께 투명하게 공개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발체제를 역대 최초로 운영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잡음은 컸다. 국가교육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도 토론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표결 과정에서 위원 3명은 퇴장했다.
진보 교육·시민단체의 반발은 크다. 성평등 용어 삭제와 자유민주주의 추가를 두고 “정권 입맛대로 교육과정을 퇴행시켰다”는 비판이 일었다. 노동자 용어도 근로자로 바뀌었다. 사회 과목에서는 기업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녹색당,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등 106개 단체는 같은 날 “퇴행을 거듭하던 개정 교육과정이 결국 누더기가 된 채 고시됐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교묘하게 교육과정을 개악해나간 교육부와 정권의 거수기 노릇을 자처한 국가교육위원회의 합작품”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교육과정 퇴행은 한편의 막장 드라마와 같았다”며 “국민참여소통채널 운영 결과 접수된 다양한 목소리 중 정책에 반영된 것은 보수세력의 주장이었고, 교육과정 공청회는 보수혐오세력의 스피커가 됐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