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마약 범죄 ‘골머리’…“친근하게 생각 말아야”

계속되는 마약 범죄 ‘골머리’…“친근하게 생각 말아야”

재벌가 자손·연예계 인물, 마약 범죄 연루
미디어에 잘 노출되는 청소년에 악영향
김현정 “마약, 손대면 사회적으로도 제약사항 많아”

기사승인 2022-12-30 06:00:10

우리 사회에서 ‘마약 범죄’가 쉽게 발견되고 있다. 마약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며 미래세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는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마약 범죄를 방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3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 한 해 국내 연예계에는 ‘마약 범죄 바람’이 불었다. 작곡가이자 방송인인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는 지난 9월 마약류 관리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돈스파이크는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으며 현장에서는 필로폰 20g이 발견됐다.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래퍼’ 출신인 래퍼 블리다바스타드(본명 윤병호)도 지난 7월 마약류 관리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블리다바스타드의 집에서는 필로폰 1g과 주사기 4개가 압수됐다. 그는 여러 방송에 출연해 힙합계에 만연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기도 했지만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며 대중의 실망감이 커졌다.

남자 아이돌 그룹 위너 출신 가수 김태현씨도 연인이었던 서민재씨의 SNS 글 폭로로 국과수에서 마약 검사를 받았다. 지난 8월 서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남태현 필로폰 했다”며 “회사 캐비닛에 (남씨가) 쓰던 주사기가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경찰은 두 사람의 모발 등을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맡긴 상태다.

재벌가·부유층에서도 마약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7일 중견 철강업체인 고려제강 창업주 고(故) 홍종열 회장의 손자인 홍모씨에 대한 마약 매수·투약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검찰은 이달 초에도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자 홍모씨, 범 효성가 3세 조모씨 등 9명을 마약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마약에 관대해진 사회 분위기가 마약 범죄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서울 동작구갑 당협위원장으로서 주민과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장진영 변호사는 지난 9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하루를 마약으로 시작해 마약으로 끝내고 있다”며 “‘마약김밥’, ‘마약커피’ 등 상술에 마약이 이용되고 있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자라면서 ‘마약은 맛있고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약 범죄는 이렇듯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지난 28일 ‘치안전망 2023’ 보고서를 발간해 마약 범죄가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크웹’ 등 온라인을 통해 마약류를 구매하는 저연령층이 급증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단계적 일상회복 등으로 감소하고 있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이 다시 늘어나며 외국인 마약 범죄도 증가할 거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에서는 ‘예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 번 범죄에 손을 대면 되돌리기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과장은 2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마약 범죄 증가율을 낮추려면 호기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예방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이런 부분에 잘 알아야 대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주변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마약 남용과 오용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방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마약은 한 번만 손을 대도 중독될 수 있고 중독된다면 오랜 기간 힘들 거라는 것, 사회적으로도 많은 제약이 있다는 부분을 깨달아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제품이나 상품명 앞에 ‘마약’을 붙여 판매하는 이른바 ‘마약 마케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 장진영 변호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안 된다고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장 변호사는 “마약이 상술에 이용되고 있는데 아이들이 그걸 보고 자라면서 ‘마약은 맛있고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약에 대한 마음을 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 또한 “언어라는 것은 그 문화를 반영하는 부분이 있다. ‘마약’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게 되면 해당 범죄를 가볍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2학년 담임 송모 교사와 6학년 담임 남모 교사도 청소년의 마약 범죄와 관련해 어휘 사용이 원인일 수 있다고 봤다.

그들은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아이들이 ‘마약치킨’ 같은 걸 언급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은 유튜브나 SNS를 통해 빠른 어휘 습득을 한다. 어휘 사용량을 줄이면 마약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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