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乳)업계가 안정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와 낙농가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산 원유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에서다. 다만 일부 참여주체들로만 차등가격제를 끌고 갔을 때 제도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1월1일부로 우유 및 유제품의 주 원료인 원유를 용도별로 가격을 나누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됐다. 업계는 향후 2년간 낙농가 보유 쿼터의 88.6%까지 음용유 가격을 적용하고 88.6%~93.1%까지 가공유 구간으로 설정한다.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1L당 100원에 유업체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시행된 것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음용유와 가공유를 동일한 가격에 구매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살아남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오는 2026년 유제품 시장 개방이 이뤄지면 더욱 값싼 수입산이 들어올 텐데 이 경우 국내 우유 및 유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업계 내부에서는 앞으론 기존 우유 제품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고자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주장한 것이고, 뿐만 아니라 단백질을 비롯해 다양한 유제품을 활용한 가공품 출시 등 사업 다각화를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공유제품은 대부분 수입원유를 사용한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산 원유 가격은 L당 400~500원선으로, 국산 1100원의 절반 이하다. 버터나 치즈의 경우 원유 사용량도 많다. 치즈 1kg을 만드는 데 원유 10L를 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해 원유 수입량은 241만4000t에 달했다. 국내 생산량 203만4000t을 크게 웃돌았다. 10년 전에는 123만8000t으로, 국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수입 원유가 늘면서 전체 소비량은 335만9000t에서 444만8000t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다만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작되더라도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차등가격제는 음용유 195만t, 가공유 10만t에 우선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가공유 중 해당 물량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을 비롯해 빙그레, 비락, 푸르밀 등 4개사는 차등가격제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들을 제외한 참여주체들로만 차등가격제를 끌고 갔을 때 제도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차등가격제 적용 비율을 추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수요를 고려하면 실제 반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유업계 위기가 도래했음에 이를 조금이나마 연착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