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기라고 해도 브랜드별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수십가지인데, 이왕 구매하는 거 보다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4년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고 법안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밀집 사육 등 질병 발생을 일으키는 축산 방식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며 폐쇄형 케이지 사육 금지, 산란계 수평아리 도태 금지, 도축장 내 CCTV 설치 의무화 등이 선진 사례로 언급됐다.
동물복지 제품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로 만든 상품이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은 동물에 쾌적한 사육환경을 주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의 기준을 갖춘 농장에 정부가 부여하는 인증이다. 산란계, 양돈, 육계, 젖소, 한육우, 염소, 오리 등 농장에 인증제도가 적용된다.
6일 유통업계도 친환경·동물복지 먹거리군을 강화하며 건강한 식재료 상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동물복지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 기업이다. 식품 유통 전문 브랜드 ‘이츠웰’을 통해 달걀, 닭고기, 새우 등 원물부터 치킨커틀릿, 대체육 가공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최근 수요 증가세가 돋보이는 수산물과 난류가 대표적이다.
관련 매출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1월에 유통한 생란 품목 중 19%는 동물복지상품에 해당하며, 관련 매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2.3% 늘었다. CJ프레시웨이가 판매하는 MSC 랍스터와 대게, ASC 새우 등 지속가능 수산물 제품은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이고 한 달 만에 매출 규모가 44.5% 늘었다.
지속가능 수산물은 어획, 양식, 공정, 유통까지 상품화의 모든 과정에서 동물복지와 환경친화적 어업 방식을 준수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제 인증을 획득한 수산물을 말한다. 세계 전체 어획량 중 19%가 이에 해당하며 해당 인증은 해양 어업 부문의 'MSC' 인증과 양식업에 부여하는 'ASC' 인증 두 가지가 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도 증가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년 인증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5년 인증을 받은 농장이 76개소에 불과했는데 2018년에는 198개소, 2020년엔 297개소, 지난해 364개소, 올해(현재 기준)는 420개소로 늘었다.
이같은 친환경 및 동물복지 시장의 확대는 소비자들이 동물복지뿐만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는 “같은 돼지고기, 달걀이라고 해도 브랜드별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수십가지”라며 “이 가운데 좋은 제품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로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게 됐다. 복지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실제로 보다 안전한 먹거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비자는 “식품 위생에 대한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언제 내가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제품은 상대적으로 청결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구매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에 발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축산물을 구매하는 이유로 40.5%가 안전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33.8%는 영양과 품질이 우수할 것 같아서, 15.3%는 지불 비용 일부가 동물복지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이나 지속가능 인증을 받으려면 상당히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농가와 기업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가격은 일반 제품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친환경과 동물복지 가치를 고려해 해당 식품을 소비하려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환경에서 자란 동식물들이 보다 건강하다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생산 및 유통 기준이나 생육 과정에서의 동물복지 체계가 중요해지는 등 고차원적인 가치 소비가 대두되면서 외식, 급식 등 B2B 경로에서도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며 “건강, 신선, 안전 등 고품질에 대한 기존의 평가 기준에 더해 지속가능성의 가치에도 부합하는 상품을 확대해 외식 및 급식 이용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친환경 식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라고 전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