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카트라이더’ IP(지식재산권)의 미래를 그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카트라이더’와의 이별을 공식화하고, 오는 12일 프리시즌을 통해 출발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방향성을 역설하면서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넥슨은 5일 오후 6시 자사의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방송을 진행했다.
카트라이더는 작년 12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2004년 출시 후 18년 만이다. 그러나 소식을 접한 이용자들이 트럭시위까지 진행하며 반발했고, 이에 서비스 종료 배경과 향후 후속작을 통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 카트라이더 개발 총괄인 니트로스튜디오 조재윤 디렉터가 직접 참석해 이용자와 소통했다.
PC 카트라이더 노후화-신‧구 이용자 격차 문제… “마음 무겁고 죄송”
조 디렉터는 카트라이더의 서비스를 오는 3월 31일부로 종료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카트라이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라이더 분들과 함께 꿈을 꾸고 달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카트라이더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추억이 되겠지만 레이싱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디렉터는 “어떻게 하면 카트라이더 IP가 더 많은 분께 사랑받을 수 있을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PC 카트라이더의 노후화, 신규 이용자와 기존 이용자 간 격차 문제가 지적됐다”며 “이를 결국 해결하지 못했고, 힘겹고도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서비스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조 디렉터는 “한국 서비스가 종료되는데 왜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이냐, 왜 미리 알리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는 디렉터로서의 책임과 고집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진은 이용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언제나 이를 꼭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카트라이더가 변해가고 있다는 믿음과 기다림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서비스 종료 소식을) ‘카트라이더 리그 슈퍼컵’ 이후 전하고 싶었지만 저희의 의도와 무관하게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 이야기가 외부에 노출돼 이용자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디렉터로서 잘못된 선택, 잘못된 결정으로 라이더에게 혼란을 드렸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제 책임으로 인해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 소식을 전하는 저 또한 마음이 무겁고 죄송하다. 특히 지금 이 순간 이용자들이 느낄 상실감에 대해 어떠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려도 부족할 것”이라며 “그 마음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카트라이더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용자가 없었다면 카트라이더 또한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6개월간 결제한 금액 전액 환불, 이용자 보상안도 마련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와 함께 기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환불 및 보상이 진행된다.
6일부터 카트라이너 내에서 결제 시스템이 종료되고, 2월 1일 환불 신청 페이지를 오픈한다.
최근 6개월간 결제한 금액은 넥슨 캐시로 전액 환불하고, 그 이전 6개월간 결제한 내역에 대해서는 정책에 따라 부분 환불을 진행한다. 코인 등 넥슨 캐시로 구매한 아이템 전부가 대상이다.
오는 12일부터는 ‘라이더 드림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그간 카트라이더와 함께한 이용자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추가적인 지원책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카트라이더 유저는 플레이 시간, 보유 아이템 등 카트라이더에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추후 열리는 카트라이더 드림 상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레이서 포인트를 신청할 수 있다. 해당 레이서 포인트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게임 아이템 혹은 굿즈로 교환할 수 있게 준비될 예정이다. 또한 모든 이벤트 참여자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정규시즌 오픈 이후 받아갈 수 있는 ‘카트라이더 헌정 패키지’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밖에 이용자들이 게임을 추억할 수 있도록 플레이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스냅샷 이벤트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원작 배경음악(BGM)을 재생목록으로 제작한 ‘카트라이더 플레이리스트 아카이브’를 제공한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없는 3가지… 페이 투 윈(Pay to Win)‧캡슐형 아이템‧확률
한편 조 디렉터는 이날 후속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방향성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핵심은 ‘3No’ 정책이다. 유료 결제가 승패를 가르던 기존의 요소를 배제하고, 실력으로만 우열을 가릴 수 있게 의도했다는 설명이다. 게임 내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카트 바디는 ‘레이싱 패스’와 상점을 통해 직접 획득할 수 있고, 정규시즌부터는 확률 없이 카트 등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인다. 조 디렉터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페이 투 윈(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구조), 캡슐형 아이템, 확률형 강화·업그레이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 디렉터는 또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매치 메이킹 시스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실력이 비슷한 유저들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트라이더를 오랜 기간 서비스하면서 축적한 데이터와 경험을 기반으로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카트라이더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존의 트랙에 더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만의 전용 트랙을 도입해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카트라이더 리그, 이젠 세계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e스포츠 리그 운영 계획도 공개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특성에 맞게, e스포츠 리그도 세계로 발을 넓힌다. 조 디렉터는 “국내는 물론 다양한 지역에서 e스포츠 기반을 마련하고, PC는 물론 콘솔·모바일 등 다양한 환경에서 대회를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리그의 역사를 함께한 선수와 팬들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e스포츠와 동행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e스포츠가 전 세계에서 두루 사랑받을 수 있도록 각종 협회, 단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건전한 리그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참가 의지와 재정 안정성을 가진 기업팀을 선정 및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처우를 더욱 개선한다. 팀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구단에는 지원금, 리그 참가 슬롯 등을 제공해 안정적인 운영을 돕는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선수에 대한 공정한 계약 체결 여부와 기업의 재정 안정성을 확인할 계획도 있다.
올해는 총 4회의 공식 대회가 개최된다. 3월부터 열리는 두 차례의 프리시즌 토너먼트를 시작으로 8월에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공식 리그를, 연말에는 세계 각지의 선수들이 주행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글로벌 페스티벌(가칭)’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하는 대회를 개최해 뉴미디어 시청자들에게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매력을 전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아마추어 대회를 통해 풀뿌리 e스포츠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조 디렉터는 “한국 카트라이더 서비스 종료는 ‘엔드(END)’가 아닌 ‘앤드(AND)’”라며 “카트라이더의 이야기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이어져서 역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방송 말미, 이용자를 향한 진심을 담은 편지를 읽으면서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한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넥슨의 올해 첫 신작이다. 4K UHD 그래픽과 HDR(High Dynamic Range) 기술,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사운드를 탑재해 생동감 있는 레이싱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프리시즌에서는 PC와 모바일에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추후 예정된 정규시즌에서는 콘솔 플랫폼인 PS4와 Xbox One을 추가로 지원해 넥슨 게임 최초로 풀 크로스플레이 환경을 선보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