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계획 잡았다”던 데이원, 1년은 넘길 수 있나 [KBL]

“4년 계획 잡았다”던 데이원, 1년은 넘길 수 있나 [KBL]

선수단 비롯 사무국 직원, 트레이너 등 급여 제때 받지 못해
KBL 가입비 10억원, 오리온 인수대금도 아직 미납

기사승인 2023-01-09 17:02:02
지난해 8월 고양체육관에서 창단식을 가진 고양 캐롯 점퍼스.   사진=임형택 기자

“장기적으로 가지 못할 거란 우려도 있지만 지켜보면 튼튼한 구단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지난해 8월 고양 허재 캐롯 점퍼스 대표이사가 창단식에서 남긴 말이다. 하지만 올 시즌 캐롯이 보여준 행보는 우려했던 대로다.

캐롯 구단을 운영하는 데이원스포츠는 지난 6일 “이번 달 선수단 급여는 오는 13일에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단의 급여일은 매달 5일이다. 선수들은 물론 사무국 직원, 통역, 트레이너 등도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법인 데이원스포츠는 2021~2022시즌 후 고양 오리온을 인수했다. 이후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스폰서로 유치했다.

그러나 창단 직후부터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모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KBL 구단들과 달리 독립법인 형태인 데이원스포츠가 장기간 팀을 운영할 수 있을까’란 우려가 뒤따랐다.

많은 이들의 걱정대로 데이원스포츠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6월 KBL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 과정에서 자금 및 운영 계획 등의 자료가 부실해 승인이 한 차례 보류됐다. 2022~2023시즌 개막 전에는 KBL 가입급 15억원 중 우선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5억원을 마감일까지 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개막 직전 "리그에 불참시킬 수 있다"는 KBL의 최후통첩이 떨어지고 나서야 1차 가입금을 납입하면서 시즌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결국 첫 시즌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임금체불 논란이 불거지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데이원스포츠의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마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우려가 더 크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현재 임직원 임금 체불과 하도급금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말 기업 노조 측이 서울회생법원에 34억원 규모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을 정도다. 급기야 김용빈 대우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지난 3일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대한컬링연맹 회장직 및 대한체육회 이사직 사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아직 데이원스포츠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선수들의 임금은 물론 KBL 잔여 가입비 10억원을 3월말까지 내야 한다. 가입비 잔여액을 마감 기한까지 제출하지 못할 경우, 다음 시즌은 고사하고 올 시즌 플레이오프도 치를 수 없을 거란 얘기가 나온다. 이외에도 오리온 측에는 구단 인수 대금을 완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허 대표는 “구단의 사정을 일일이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운영하는 데 있어서 늦어지고 있지만 선수들을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KBL 관계자는 “캐롯의 상황을 잘 인지하고 예의주시하는 중”이라며 “급여 미지급, 가입비 미납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데이원스포츠의 꿈은 창대했다.

안양 KGC에서 2차례의 우승을 일궈내고 캐롯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한 김승기 감독은 “3년 안에 우승하겠다”면서 자신감을 표했다. 박노하 데이원스포츠 경영총괄 대표이사는 “구단 운영에 관한 재정 계획은 4년을 잡아 놓았다. 그 안에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데이원스포츠는 자금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고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자칫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땀방울은 허사로 돌아가게 생겼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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