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인터뷰에서 국민 대표성을 높이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지난 6일 혁신위를 발족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당내 여론 수렴에 돌입했습니다.
어려운 선거구제 간략히 설명해 드립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제는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제의 병립 혼합형입니다.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한 선거구에 한 명의 대표자를 뽑는 제도로 거대 양당제로 귀결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대표자를 뽑으면 중선거구제 또는 중대선거구제입니다.
새로운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나온 것은 현행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 때문입니다.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대표가 선출된다는 점에서는 그 지역을 대표한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지역민들의 의사를 모두 대변하진 않습니다.
선거 후보 중 단 한 명만 선출되니 소선거구제에서는 1위를 제외한 후보들은 낙선되고 1위 아닌 후보들을 지지한 이들의 표심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를 흔히 ‘사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가령 A 지역구에서 갑·을·병·정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 전체 투표의 35%, 30%, 20%, 1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봅시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35% 지지율로 최다 득표한 갑 후보는 당선, 을, 병, 정 후보는 낙선됩니다. 그리고 낙선 세 후보를 지지한 65%의 유권자의 의사는 투표 결과에 반영되지 않게 됩니다.
반면 한 지역구에서 2인 이상의 후보가 당선되는 중대선거구제가 적용되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거제도를 적용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2명을 뽑는다고 가정을 하면 갑, 을 두 후보가 당선돼 사표 발생률은 소선거구제보다 현저히 낮아집니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서 또 중요하게 언급되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역 후보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 등 두 번의 선거 기표를 유기적으로 연동해 의석수가 결정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도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의석수가 총 300석인 ‘쿠키 국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당은 ‘가’ ‘나’ ‘다’ 세 정당만이 있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200석, 100석씩입니다.
세 정당은 비례대표 투표에서 각각 50%, 30%, 20%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가’ 정당은 전체 의석 300석 중 50%에 해당하는 150석을 확보했고. ‘나’ 정당과 ‘다’ 정당도 각각 90석, 60석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합한 것으로 각 정당이 선거 투표를 통해 각각 확보한 것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가 연동해 결정됩니다. 정당 득표율을 통해 확보한 각 정당의 획득 의석(지역구+비례)에서 지역구 당선 의석수를 뺀 만큼 비례대표 의석이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150석을 확보한 ‘가 정당’이 지역구 투표에서 90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면 나머지 60석이 ‘가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입니다.
한편 정치 전문가들은 어떠한 선거제도든 장단점이 명확하다면서 결국 국민적인 공감을 바탕으로 정치의 영역에서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습니다.
한국 정치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온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은 9일 쿠키뉴스에 “모든 제도는 원리적인 장단점이 존재하기에 정치 상황과 맥락 속에서 어떠한 제도가 어떤 효과를 낼지 단점은 뭔지 등을 판단한 게 중요하다”며 “이미 숱하게 각 선거제도의 장단점은 얘기해온 만큼 이제 각 정치세력이 어떤 제도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