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설 선물 과대포장…"과태료 처분 1%도 안 돼"

여전한 설 선물 과대포장…"과태료 처분 1%도 안 돼"

기사승인 2023-01-11 06:00:11
쿠키뉴스 자료사진

매년 명절 직후엔 많은 쓰레기가 배출된다. 명절 선물 포장재에 나온 쓰레기가 다량 배출되는 탓이다. 올해 설에는 선물세트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기업들은 기후위기 심화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친환경을 앞세운 명절 선물세트를 내놓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명절 기간 과대포장 단속에 나선 상황이지만 지난 명절 과대포장을 적발해 과태료까지 부과한 사례는 단속 건수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환경을 신경 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과대포장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명절 선물로 가장 큰 특수를 노리는 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3사는 친환경 패키지를 도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일반 한우보다 탄소 배출량이 65% 적은 한우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보냉 가방도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청과·수산에 이어 견과 선물세트에도 종이 펄프를 사용하고, 부자재 사용은 최소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연 생분해되는 사탕수수 100% 햄퍼 박스에, 와인부터 신선·가공식품을 고객이 취향껏 포장할 수 있다. 사탕수수 100% 박스는 토양 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데 3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다. 햄퍼 박스 외에도 종이와 마 소재로 제작한 과일 바구니, 무코팅 재생 용지로 만든 과일 박스, 업사이클링 보냉백 등 신세계의 친환경 명절 패키지를 준비했다.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비닐 라벨을 없앤 스팸 선물세트와 플라스틱 트레이를 사용하지 않은 김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만들어 손쉽게 재활용하도록 했다. 또 모든 선물세트에서 스팸 플라스틱 캡을 제거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소화했다. 대상 청정원은 기존 선물세트 쇼핑백에 사용하던 부직포 소재를 종이로 전량 대체해 플라스틱 제로 쇼핑백을 제작했다. 식용유 선물세트는 트레이를 기존 플라스틱 소재에서 종이로 교체 제작해 분리 배출을 손쉽게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착한 소비가 점차 사회문화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유통업계에서도 ESG 경영이 화두였고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상당 부분 정착했다. 지난 명절 때 몇 차례 과도기를 겪었는데 올해 설부터는 친환경 선물세트의 본격 경쟁이 이뤄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정부와 지자체도 매년 명절 전후로 과대 포장 단속에 나선다. 서울시는 9일부터 27일까지 3주간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전문기관이 합동 점검팀을 구성해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점검 대상은 제과류, 주류, 화장품류, 잡화류, 종합제품이다. 포장공간비율(품목별 10~35% 이하) 및 포장횟수 제한을 초과해 과대포장으로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제품 판매 과정에서 합성수지 재질의 필름, 시트를 사용해 제품을 재포장하는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명절 과대포장을 적발해 과태료까지 부과한 사례는 단속 건수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2021년 추석에는 전국 지자체에서 1만1417개 제품을 단속해 77건을 적발했다. 이 중 과태료를 부과한 제품은 단속한 제품의 0.34%인 39개 제품에 그쳤다. 2022년 설에도 1만2049개 제품을 단속했지만, 55건을 적발하고 27개(단속한 제품의 0.22%) 제품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선물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전자 상품권을 선물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게끔 하는 등 선물 문화 자체가 다양하게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백 만원 수준의 과태료 처분에서 끝나다 보니까 기업체들 입장에서는 과태료 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보다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는 “명절만 되면 선물세트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매번 너무나 많다”며 “선물세트는 만드는 기업들도 친환경 포장에 대해 더욱 연구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식품 배송이 늘면서 보냉백 포장이 많아졌다. 대부분 버려진다. 포장을 과하게 안하고 포장 재료는 생분해될 수 있도록 연구해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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