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회견서 ‘개헌 카드’ 꺼낸 이재명, 尹 의식했나

신년 회견서 ‘개헌 카드’ 꺼낸 이재명, 尹 의식했나

尹 ‘중대선거구제’ 제안 열흘 만에 ‘헌법개정특위’ 구성 제안
“선거 없는 올해, 개헌의 적기”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언론소통 변화도

기사승인 2023-01-12 16:20:4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모두 발언 중인 이재명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등 정치개혁 이슈를 꺼내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해 개혁 이슈를 선점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핵심적인 개혁 카드를 뽑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을 포함한 ‘정치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왕적 대통령제 탓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올해로 ‘1987년 헌법체제’가 36년째를 맞았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국민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미 수명을 다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 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연합정치와 정책연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나 감사원 국회 이관처럼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조치도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올해가 개헌 논의의 적기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올해는 선거가 없어 개헌을 논의하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라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 민주당은 올해 3월을 목표로 자체 개헌안을 제출해보겠다”고 개헌 논의에 적극성을 보였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제안에 대해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것 같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하나의 수단으로 제시한 것이지 반드시 중대선거구제만 하겠단 취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이냐고 묻는다면 다소 회의적이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같은 다른 방안이 있다. 가능한 모든 방안을 올려 두고 여야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장 전경.   사진=임형택 기자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던진 정치적 메시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개헌 논의 제안으로 잠시 뺏겼던 정치개혁 이슈의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점과 언론과의 소통의 재개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제안하면서 정치개혁 이슈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관련된 논의들이 이어오긴 했지만 이를 수면 위로 올린 건 윤 대통령으로 이후 야권에서도 정치개혁 이슈를 민주당이 빼앗겼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이재명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구제 개편보다 더 크고 핵심적인 개헌 이슈를 과감하게 꺼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신년 회견에서 영수회담 제안부터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핵심은 국민의 뜻을 받는 개헌”이라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에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한 것에 대한 맞불의 성격이 크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법정시한인 4월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히려 큰 선거가 없는 올해 개헌의 적기임을 강조한 이 대표의 발언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은 언론과의 소통 태도의 변화가 감지됐다는 점에서도 꽤 의미가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재명 대표 체제하의 민주당은 언론과의 소통이 원활치 않았다. 약속했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생략했고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냈다. 사실상 언론의 직접적인 질문은 받지 않은 채 일방적인 소통이었다. 

하지만 신년부터는 180도 바뀌어 언론의 질의에 답하기 시작했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은 그러한 점에서는 꽤 긍정적이다. 사법리스크를 앞둔 가운데 언론을 활용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지만 소통을 재개했다는 점에서는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민주당 내부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원래 성남지사 시절부터 언론과의 소통을 좋아하는 분”이라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따라 적잖은 부담이 되니 주변에서 말려왔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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