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설 연휴 이후 이틀째 ‘난방비 폭탄’ 공방을 이어갔다. 야당은 국제유가가 오르는 등 난방비 급등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적절히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현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고, 여당은 공공요금을 적절히 인상하지 않은 문 정부 책임론을 꺼내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이틀째 ‘난방비 폭탄’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소속 기초·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방정부에서부터라도 난방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전쟁이나 경제 상황으로 예상된 일이긴 했으나 현 정부에서 이에 대한 대책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 현재 생긴 문제를 스스로 책임이 아니라 남 탓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 위해서 했던 그 노력의 극히 일부를 이 문제에 관심을 뒀다면 이렇게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에너지발 물가 인상이 계속될 예정이기에 이번 대책은 신속하게 확실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난방비 폭탄’ 공세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을 꺼냈다. 공공요금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적절히 인상하지 않았고, 탈원전 기조를 이어온 탓이라고 항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난방비 폭등을 두고 현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무책임과 뻔뻔함의 극치”라며 “지금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이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선 직후 4월 가스요금 등을 일제히 올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까지 1년 반 동안 가스요금을 동결했다가 선거 끝난 뒤에 12% 인상했다”며 “10배 이상 원가가 올랐는데 공급가격 인상하는 바람에 가스공사가 9조 차액 적자를 봤다. 이는 문 정부의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을 정부와 서민이 뒤집어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네 탓‘ 공방에 에너지·환경 전문가들은 부질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을 궁리에 나서도 시원찮을 판에 누구의 잘못인지를 먼저 따지고 드는 것은 틀렸단 것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영국의 경우에는 천연가스 요금이 5배, 전기요금이 7배 급등할 정도로 국제 에너지 수급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문제 해결에 고민해야 할 정치권이 누구 탓만 하는 모습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무한책임 아래 국가를 경영하는 거라면 남 탓하지 말고 현재 에너지 위기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직시해야 한다”며 “탈원전 때문이라고 하는 말들은 결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전기·가스요금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너무 강력해 원가가 요금에 적정하게 반영되지 않았고, 한계치에 도달해 지금에 이른 것”이라며 “어떻게든 넘어갈 거란 땜질식이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에서 현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하게 내려놓고 공감을 얻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