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높아진 상태다.”
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올해 7월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출전한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와 함께 H조에 속해 있다.
벨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월드컵 첫 경기인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면서 “이후 한 경기씩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선수, 지도자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같은 대답을 들을 것이다. 뻔한 답변일 수 있지만, 거꾸로 보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저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콜롬비아전 승리에 집중하고, 같은 접근법으로 다른 경기에도 임할 것이다. 최대한 높이 가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잘 한다면, 세계에서 어느 팀을 만난다면 다 이기고 충분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팀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에 대해선 “우리 만의 축구 원칙이 있다. 이는 모든 축구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공격과 수비마다 철칙이 있다. 조금씩 개선하고 바꿔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우리는 항상 어느 팀과 경기를 하더라도 능동적으로 플레이하고자 한다. 능동적인 플레이를 통해 승리를 가져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벨 감독은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으로는 경기마다 가용 선수가 누가 있는지와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인지가 있다. 팀에 유연함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철학을 고수하려고 하겠지만, 능동적인 축구라는 원칙 속에서도 유연함을 갖추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10월 최초의 외국인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벨 감독은 여자 축구대표팀을 3년 넘게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재계약을 체결해 이번 월드컵까지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을 지도한다.
벨 감독은 “선수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선수들과 일할 수 있는 것이 기쁘다. 즐기고 있다. 선수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가끔 선수들을 엄하게 대할 때도 있지만, 또 솔직하게 대하고 있다”라면서 “선수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뽑아내는 것이 내 역할이고, 동시에 내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선수들의) 자신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자신감’은 내가 한국에서 처음 배우게 된 단어다. 2019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높아진 상태다. 월드컵에서는 가능한 한 최대로 높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잘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이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벨호는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대비해 오는 2월 잉글랜드에서 개최되는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한다. 유럽 강호 잉글랜드를 포함해 이탈리아, 벨기에와 평가전을 치러 실전 경험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해외파 2명(이금민, 박예은)과 해외 구단 입단을 위해 현지 체류 중인 윤영글을 제외한 23명이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울산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벨 감독은 이번 훈련에 대해 “오랜만에 다시 모여서 훈련하고 우리 축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음 상대(아놀드 클라크컵 1차전)인 잉글랜드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곧 다가오는 소집 시작 시점에 지난 훈련을 상기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현재 프리시즌이기 때문에 소집 후에 선수들의 몸 상태부터 점검해 봐야 할 것 같다. 첫날에 지구력 테스트를 계획 중이다.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하는 잉글랜드, 벨기에, 이탈리아 등은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우리 팀에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회에 앞서 소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벨 감독은 아놀드 클라크컵에 대해 “대회에 참가하면서 유럽 강호들을 상대하게 됐다. 특히 잉글랜드는 세계 최강의 팀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현 감독 체제에서 26경기를 치러 무패를 기록했다. 우리에겐 도전적인 상대가 될 것이다. 유럽 팀들을 상대하는 것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회 진행 방식도 월드컵과 유사하다. 한 경기를 하고 짧은 회복 기간을 갖고 다음 경기를 치른다.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도 과제가 될 것”이라며 “집중력이 필요한 대회가 될 것이다. 월드컵에서는 실수, 약점이 노출되더라도 보완할 시간이 없다. 아놀드 클라크컵에서 우리의 여러 약점, 실수가 노출될 텐데 미리 월드컵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이번 선수 명단에 대해선 “부상으로 조소현, 이민아, 이영주 등이 함께하지 못한다. 대표팀 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존 선수들로 견고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대표팀 명단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 만족도가 높다. 추효주, 장슬기는 포지션을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에 맞춰 여러 역할을 소화한다. 김혜리는 같은 경우 사이드백, 센터백을 모두 볼 수 있다. 이 유연함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월드컵에 대해 “상대하는 세 팀에 대해선 동기부여가 가득하다. 조직적인 팀이며, 개성도 뚜렷하다. 콜롬비아는 축구 본연을 하는 느낌이 있고, 모로코는 기술적이고 조직적인 팀이다. 독일은 피지컬적으로 완성된 팀”이라면서 “우리는 우리의 DNA를 고수하고 유지해야 한다. 조직력을 통해 빠르게 플레이하고,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플레이해야 한다. 상대가 우리의 플레이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싶다. 매 경기 상대를 어렵게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