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마스크 ‘하루 2000만개’…알맞은 폐기 방안 필요

버려지는 마스크 ‘하루 2000만개’…알맞은 폐기 방안 필요

마스크 필터 성분 폴리프로필렌, 흡인 시 폐 염증 일으켜
‘수거함’ ‘다회용’ 사용 제안 등 폐기물 줄이려는 노력 이어져
환경부 “전염성 줄어들 시기 맞춰 새로운 폐기 방안 고려”

기사승인 2023-01-26 16:47:01
쿠키뉴스 자료사진

일회용 마스크 폐기 과정에서 인체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참에 계속 쏟아져 나오는 폐마스크를 처리할 새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전염성 완화 정도에 따라 개선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 25일 안정성평가연구소(KIT)는 폴리프로필렌(PP)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과 전북대 김범석 교수 연구팀과 함께 진행했다.

폴리프로필렌은 의료용 제품, 보관 용기 등에 쓰이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대기 중 부유하다가 인체에 침투하며, 5㎛ 이하 입자는 폐까지, 1㎛ 이하는 폐포까지 도달해 천식 및 폐 섬유화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일회용 마스크의 필터는 이러한 폴리프로필렌을 주원료로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폴리프로필렌 미세 플라스틱을 실험동물 기도에 노출한 후 폐 손상을 관찰한 결과 폐 손상을 관찰하고 인간 폐암 상피세포주에서도 폐 손상 기전을 확인했다. 그 결과 폴리프로필렌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실험동물의 폐에서 염증성 손상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규홍 KIT 인체유해인자 흡입독성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PP 나노플라스틱 흡입 노출에 따른 인체 유해성을 확인함으로써 명확한 흡입독성학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폐기된 일회용 마스크가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폐기·관리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회용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들어올 염려는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단장은 “마스크는 인증 과정에 구성 성분의 탈락 시험을 다 통과한 것이어서 사용 중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와 기도로 흡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부연했다.

26일 길가에 버려진 마스크. 걸어다니다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팬데믹 시기, 버려지는 마스크 하루 2000만개…새 방안 필요한 때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2.3일당 일회용 마스크 하나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1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전국에서 약 2000만 개의 마스크가 버려지는 셈이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약 73억개 이상의 마스크가 폐기되고 있다. 

폐마스크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귀에 거는 끈을 잘라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 마스크는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분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온실가스 등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환경오염을 일으켜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마스크 속 미세 플라스틱은 매립하면 완전히 자연 분해되는데 450년이 걸린다.

이에 따라 마스크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되도록 일회용 마스크를 다회 사용하거나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마스크, 혹은 다회용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18일 ‘생태 독성학과 환경 안전(Ecotoxicology and Environmental Safety)’ 저널에 게재된 미국 환경보호국(EPA)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오크리지 과학교육연구소 팀의 연구 결과에서는 N95(의료용 호흡기), KF94, KN95를 세탁하지 않고 40시간 동안 사용해도 필터 성능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만 해당 연구는 마스크 오염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일회용 마스크의 성능 내구성이 표시된 것보다 훨씬 더 길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것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합리적 방법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폐마스크를 재활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수거함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있다.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함이다. 하지만 수거함은 전국에서 50개 채 되지 않고, 홍보와 거리적 접근성이 떨어져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관계자는 2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아 국민들 사이에 마스크로 인한 감염 위험성 우려가 크다. 재활용처럼 분리 배출을 하면 마스크가 한 군데 모아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염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질병청과도 논의 중에 있지만 현재로서는 분리배출보다는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시점이 오는 것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내마스크 해제 이후에도 전염성이 더 낮아진 시점에서 새로운 마스크 폐기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며 “세 가지 재질로 구성된 마스크를 각각 해체해 분리배출 하는 방안이나 버려진 마스크를 수거 및 재활용해 가구 등을 만드는 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은 마스크가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다보니 관련 재활용 업체 중 마스크를 활용하겠다는 곳을 찾지 못했다. 여러 방안을 고려해 미세 플라스틱, 온실가스 등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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