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살인 사건이다. 반항적이고 거친 경찰이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에 투입되는 흔한 이야기다. 비슷한 드라마 여럿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거기에 사기 사건을 더했다. 다단계 사기로 수많은 서민 피해자를 만든 회장의 이야기 역시 익숙하다. 지난 25일 언론 시사회에서 공개한 ‘미끼’ 1, 2회에선 두 사건이 잘 얽히지 않았다. 이 정도로 시청자를 유혹할 수 있을지 미끼의 힘이 약한 사건들이다. 사건보다는 인물 하나하나가 어떤 방향으로 각자의 결말을 쓸지 관심이 간다.
쿠팡플레이 ‘미끼’는 과거 노상천(허성태)이 벌인 사기 사건과 현재 일어난 살인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드라마다. 사망한 이들이 노상천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들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 사건이다. 문제는 이미 노상천이 8년 전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것. 변호사 출신 경찰인 구도한(장근석)은 징계를 받던 중 갑자기 호출을 받고 이 사건에 투입된다. 수사는 의문투성이다. 유력 용의자는 죄가 없어 보이고, 자신에게 사건을 맡긴 경찰청 차장 강종훈(이성욱)은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인다.
이미 아는 익숙한 맛에 가깝다. 유사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이라 하지만,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는 사기 사건과 차별점을 느끼기 힘들다. 의문의 살인사건 수사가 경찰 내부의 오래된 비리와 연결되는 흐름 역시 경찰이나 검찰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자주 이용하는 설정이다. 개인적인 원한을 갖고 사기범을 추적하는 기자와 피해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봤다. 초반부에 설명하는 인물과 설정이 많아 이야기가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하는 점 역시 아쉽다. 기존 드라마와의 차별성, 치고 나가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부재한 OTT 드라마를 시청자들이 얼마나 기다려줄지 미지수다.
한 가지 기대되는 점은 익숙한 맛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미끼’는 2023년 현재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2006년, 2010년으로 돌아가 인물들의 과거를 보여준다.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 주요 인물들의 과거를 서술하는 방식은 최근 OTT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주인공인 구도한이 2023년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른 인물들의 사연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하나의 사건 뒤에 촘촘하게 이뤄진 거대한 세력이 존재하는 설정이 이야기를 깊이 파는 방식이라면, 몇몇 인물들의 사연을 주인공과 대등하게 확장하는 건 이야기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처럼 보인다. 각자의 사연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서 사건 해결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초반부까진 노상천의 존재감이 매우 크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한 배우 허성태는 기자간담회에서 “악역의 종합 백과사전을 쓰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허성태가 빌런의 단면이 아니라, 빌런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나를 부숴보고 싶었다”는 배우 장근석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수염을 기른 형사 장근석의 이미지가 새롭지만, 어색하게 느껴져 이입을 방해하는 순간이 있다. 중후반부 연기로 기존 이미지를 얼마나 극복할지가 관건이지 않을까.
12부작 ‘미끼’ 두 개의 파트로 나눠 공개한다. 총 6회 분량의 파트1을 27일부터 매주 금요일 2회씩 먼저 선보인다. ‘미끼’ 파트2는 올해 상반기 중 공개 예정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