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50여 일을 넘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언론에 침묵하던 과거와 달리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 등을 먼저 열고, 박자를 늦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다시 바짝 죄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비명계와의 접촉점을 늘려가면서 당내 통합 행보도 펼치고 있다.
이 대표의 태도 변화는 두 차례의 검찰 소환 시점을 전후해 두드려졌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처럼 윤 정부를 향한 공세를 통해 무능함과 부당성을 부각하고, 이를 국민 여론으로 확산시키겠단 전략이다. 소외됐던 비명계를 끌어안아 당을 결집, 윤석열 정부와 강하게 맞부딪치려는 의도가 담긴 걸로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주목도를 감쇄하려는 방어적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년 초부터 이 대표의 태도 변화는 조금씩 감지됐다. 10일 성남FC 사건과 관련한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연초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당 통합의 메시지를 냈고, 설 명절 연휴 직전에는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각각 전화를 돌려 안부를 물었다.
취임 후 주요 당직에 이 대표 본인과 가까운 이들로만 채우면서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비명계 의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명계 모임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정당이 ‘무리’라는 뜻인 것처럼 다양성이 본질”이라며 “군대처럼 관료화된 조직과는 달리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의견·지향들이 모인 곳이 정당이다. 그중에서도 민주 정당은 당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진지한 토론, 의견수렴을 통해서 더 효율적이고, 국민의 뜻·국익에 부합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이 나가야 할 길들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 국민의 사랑을 받고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지는 훌륭한 정치조직으로 거듭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언론 대응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까지는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선 일절 답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신년 기자회견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직접 답했다.
지난 30일 열린 기자간담회는 50여 분 넘게 진행돼 꽤 오랜 시간을 할애했고, 이 대표는 “더 질의하실 내용이 없냐”고 되묻는 적극성까지 띄었다.
이 대표의 변화 모습에 발맞춰 민주당은 윤 정부에 대해 강한 공세 전략을 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난방비 폭탄’ 이슈 등 민생현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현 정부의 무능함을 질타하고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위법 정황과 증거가 명백히 드러나도 수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사건 공소시효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건지 아니면 불소추특권이 대통령 배우자에게도 적용된다고 착각하거나 김 여사를 대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태도 변화와 민주당의 공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렸다.
내년 총선까지는 대치 국면이 계속될 가운데 당내 만연한 불신을 털고 단결력을 높이자는 차원의 긍정적 해석과 당당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내년 총선까지는 이재명 체제가 건재하다는 인상을 줘 비명계에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한 일종의 경고로 본 시각 등이 있었다.
여론조사전문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3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검찰 수사의 방향성이 갈팡질팡해 이 대표가 저자세를 보여온 것 같다”며 “일련의 검찰 조사를 경험하면서 특별히 물증을 확보 못 했다는 판단이 섰고, 이에 따라 자신감을 찾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초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같은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설 명절 인사를 하는 등의 모습은 그간 서로의 불신을 털어내고 단결력을 높이자는 메시지”라며 “특히 비명계 의원들도 참여한 ‘민주당의 길’ 모임에서 축사를 하는 것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의원들을 불러 식사 정치하는 것처럼 이재명도 스킨십 정치를 본격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여당 측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같은 날 쿠키뉴스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 막을 수 있고, 구속만 안 되면 총선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류가 있다”고 밝혔다.
천 위원은 “지금 되려 약하게 보이면 정치적으로 오히려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세게 나가는 것으로 윤 정부에 공세도 그 차원”이라며 “비명계와의 만남 또한 당내 통합을 위한 행보라기보다는 총선까지는 본인은 건재하다는 정치적 시그널을 주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