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개막과 동시에 위세를 떨치던 디플러스 기아(DK)가 2연패에 빠졌다. 3주차에 접어든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의 상위권 다툼이 더욱 재미있어졌다.
DK는 1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CK’ 스프링 스플릿 젠지e스포츠와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2로 완패했다. 앞선 T1전 패배의 후유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듯, 다소 어수선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반면 젠지는 보다 단단해진 경기력을 앞세워 난적을 제압했다.
이날 경기 결과로 서부권(1~5위팀) 순위표엔 변동이 생겼다. 개막 후 4전 전승을 거둔 T1이 단독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DK는 3승 2패를 기록하며 2위에서 4위로 순위가 처졌다.
젠지는 4승 1패로 단독 2위 자리를 꿰찼다. 3위는 이날 1경기에서 농심 레드포스를 2대 0으로 완파한 리브 샌드박스가 차지했다. 리브 샌박은 4승 1패로 젠지와 승패가 같지만, 득실차로 인해 순위가 밀렸다.
시즌 초반이지만,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DK는 5표를 받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T1은 4표를 받아 뒤를 이었다. ‘2022 LoL 월드챔피언십’ 위너인 ‘데프트’ 김혁규가 합류한 DK와, 작년 모든 대회 결승에 오른 T1이 양강 구도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실제로 DK는 개막 후 3경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T1 역시 개막전에서 젠지를 가볍게 제압하는 등 우승 후보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달 28일 맞대결에선 타 게임단과 차별화 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2강 구도를 공고히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젠지가 예상 외로 빠르게 팀 합을 끌어올리면서 구도가 깨졌다. 팀의 주축 ‘룰러’ 박재혁이 떠난 빈자리를 신예 ‘페이즈’ 김수환이 괴리감 없이 메우는 모양새다. T1전 패배 후 4연승을 달리며 단숨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DK전 승리 후 만난 젠지의 고동빈 감독은 “우리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증명했다”고 기뻐했다.
리브 샌박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서머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리브 샌박은 팀의 주축이었던 ‘크로코’ 김동범(DRX), ‘프린스’ 이채환(플라이퀘스트) 등과 결별하고 리빌딩을 택했다. 이에 최하위권을 전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중상위권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화생명e스포츠, KT 롤스터를 연달아 꺾으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T1의 ‘구마유시’ 이민형과 젠지의 ‘쵸비’ 정지훈은 최근 경계되는 팀으로 리브 샌박을 꼽기도 했다.
리브 샌박의 숙제는 증명이다. DK와 맞대결에선 패했고, 아직 T1-젠지와는 맞붙지 않아 마냥 전력을 고평가하긴 힘들다. 따라서 오는 3일 젠지와의 격돌이 의문부호를 지울 기회다. 리브 샌박의 정글러 ‘윌러’ 김정현은 서부권 내 팀의 위치를 묻는 질의에 “상대가 누구든지 붙으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못 이길 상대는 없다”고 자신했다.
서부권 판도가 앞으로 더욱 요동칠 여지도 있다. 시즌 초 흔들렸던 KT는 한화생명을 2대 0으로 완파하면서 재정비에 성공했다. 한화생명은 3연패 수렁에 빠졌으나,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반등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렵사리 첫 승을 신고한 DRX도 저력이 있다.
DK의 최천주 감독은 “각 팀 당 4~5경기씩 치렀다. KT 롤스터나 한화생명e스포츠도 저력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2라운드로 갈수록 경기력이 더 올라오지 않을까 본다”면서 “샌드박스도 젠지도 정말 잘한다. 얼마나 준비를 잘 했느냐, 당일 날 컨디션이 어떠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만큼 서부권 팀들 전부 강한 팀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