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러스 기아(DK)의 미드라이너 ‘쇼메이커’ 허수가 어지러운 속내를 털어놨다.
DK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KT 롤스터와의 맞대결에서 2대 0 완승을 거뒀다. 직전 경기에서 리브 샌드박스에게 0대 2로 패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5연승으로 기세가 높았던 KT를 꺾으며 반등했다. 시즌 7승(4패)을 신고한 DK는 리그 4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허수는 이날 1세트 ‘아칼리’를 플레이 해 맹활약하며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에 선정됐다. 2세트에도 ‘제이스’를 플레이 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쿠키뉴스와 만난 그는 “오늘 패배하면 순위도 떨어지고 팀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았는데, 깔끔하게 이겨서 기분 좋다”며 “순위 경쟁 상대이고 기세도 좋았던 팀을 2대 0으로 잡아서 분위기가 보다 좋아질 것 같다. 여러모로 팀에 긍정적인 영향이 많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허수는 KT가 드래곤을 선호하는 것과, 그들이 선호하는 챔피언들에 신경을 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수는 직전 리브 샌박전 패배 이후 동료들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는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재미있게 하자는 얘기를 했다”며 “‘왜 이런 식으로 플레이 했냐’ 등 인게임에 관련한 내용을 놓고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허수는 그간 DK가 흔들린 것에 자신의 지분이 크다고 자책했다. “오브젝트에 과도한 집착을 한 것이 문제였다”며 “나는 오브젝트를 앞두고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조합 콘셉트에 따라 상대 피를 깎고 맞서야 되는 조합이 있고, 사거리가 짧아서 5명이 뭉쳐서 받아야 되는 조합이 있다. 또는 사이드를 가야 되는 조합이 있는데 어떤 챔피언을 하든 같은 패턴으로 임해서 드래곤이나 전령 전투 때 많은 손해를 보곤 했다”고 냉정히 스스로를 평가했다.
허수는 “내 문제를 잘 알고 있었지만, 개선이 잘 안됐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게임이 안 흘러가면 대처를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오늘은 사이드에 텔레포트도 많이 찍고 라인을 최대한 먹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라인전 퍼포먼스가 전성기에 비해 떨어진 것 같다는 일각의 지적에 수긍했다. 허수는 “어느 정도 내려놨다. ‘죽으면 죽는 거지’ 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플레이가 잘 안 된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겹쳐서 힘든데 이겨내려 한다”고 말했다. 프로 생활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런 것도 있다”고 인정하면서 “작년보다 상태가 악화돼서 몸도 많이 아프다. 그간 쌓인 게 몰아서 온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허수는 “주변에서 도움도 많이 주셨는데, 조언만 듣고는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인생을 살아갈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롤만 많이 한다고 해서 당장 크게 행복하고 좋을 것 같지 않다. 최근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하루에 연습 시간을 쪼개서 쉬는 시간을 만들거나 병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그간 관심이 있었던 것들을 들춰보기도 하면서 최대한 행복을 주는 요소들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수는 그러면서도 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다음 맞대결 상대인 광동 프릭스에 대해 “이길 만한 경기들을 역전 당했을 뿐 저력이 있는 팀”이라면서 “많이 화가 나 있는 상태일 것 같은데 그 타깃이 우리가 될 것 같아 잘 준비해야 될 것 같다. 오늘 같은 경기력을 최대한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