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찬 ‘軍기밀유출혐의’ 압수수색 파장...책에 뭐 담겼기에?

부승찬 ‘軍기밀유출혐의’ 압수수색 파장...책에 뭐 담겼기에?

방첩사, 고위급 회의 대화 내용 등 문제소지 있다고 파악 중
부승찬 “책 2~3번 읽어도 군사기밀 없다” 부인 
김종대 “언론에 공개된 내용인데 기밀이라니”

기사승인 2023-02-25 06:00:26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국군방첩사령부가 윤석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부 전 대변인이 새로 발간한 책에 기밀이 유출됐다는 혐의다. 

부 전 대변인의 저서 ‘권력과 안보’ 책은 그가 국방부 대변인으로 재임하던 기간 동안 겪었던 뒷얘기들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그 중 방첩사령부가 기밀유출이라 본 내용은 지난 2021년 3월 한미국방장관 회담과 그 해 12월에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회담 등과 관련된 부분이다. 

책에는 지난 2021년 3월 18일 한국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의 회담 내용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방첩사령부는 회담에 참석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을 언급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 전 대변인은 책에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단호했다. 에이브럼스의 발언에서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의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의 FOC 주장은 투명성이 결여됐다”며 “군사적 측면에서 FOC일정에 반대한다.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는 데 4~6년이 소요된다. FOC 실시보다 먼저 핵심 능력부터 구축하라는 ‘막말’을 마구 던졌다”고 적었다.

또 부 전 대변인은 전시지휘소를 CP탱고로 결정하자는 미국 측 주장에 서욱 장관이 “전시지휘소 운영은 정부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승인을 유보했다는 내용도 적었다. 이외에도 한미 워킹그룹 구성을 놓고 오스틴 장관이 SCM에서 워킹그룹 구성을 제안한 것에 반해 서 장관은 로우 키를 유지하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는 내용도 실었다. 

방첩사는 비공개 회의나 당국자와의 대화 내용 등 군사적으로 민감한 정보가 실려 있는 것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지난 23일 부 전 대변인의 자택과 국방부 재직 당시 사용한 PC 등을 압수수색한 상태다. 

부승찬 “기밀 없다” 부인. 야권 “천공 관저 의혹 부터 확인해라”

부 전 대변인은 책에 군사기밀이 들어있지 않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지난 24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어제 오전부터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며 “군복을 입고 있으면서 군사보안 분야를 다뤘었고 실제 점검을 나간 적도 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책을 2~3번 읽어도 군사기밀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공, 일종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정치 보복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앞서 그는 자신의 책에서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실 이전을 앞두고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을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은 천공 의혹 관련 부분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천공의 관저 선정 의혹을 제일 먼저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당시 언론에도 보도된 적도 있다며 기밀 유출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전 의원은 2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부승찬 전 대변인은 군에서 정보 장교를 했던 사람이다. 나도 책을 다 봤는데, 기밀 자료는 다 빠졌다는 걸 알아봤다”며 “군에서는 억지로 끼워 맞추는 거다. 방첩사는 국방부에 제보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킨 게 아니라는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하니 제보했다고 했는데, 국가기관이 국가기관한테 무슨 제보를 하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시 에브람스 전 사령관의 발언은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서 다 나왔던 얘기”라며 “공개적으로 한 말인데 기밀일 수가 있나”고 했다. 

야권에서도 윤석열 정부를 향해 천공 관저 선정 의혹과 관련한 내용이 사실인지를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부승찬 전 대변인 자택과 국방부 대변인실을 압수수색할 게 아니라 먼저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당시 근무한 장병을 조사해 (천공 관저 선정 의혹 관련) 폭로한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의 이런 과민 반응이 오히려 많은 국민들의 의혹을 키우고 있음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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