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가 부진하면서 자산운용사 절반 가까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자산운용사 344개사 가운데 48.5%인 167개사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자산운용사 비중은 지난 2020년 259개사 중 54곳(20.8%), 2021년 281개사 중 32곳(11.4%)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절반으로 커졌다.
공격적인 해외주식 투자 성향의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약 285억원에 달했다. BNK자산운용 역시 약 1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약 1조65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눈길을 끌었다. 보유 중이던 카카오뱅크 주식 1억1048만4081주를 한국투자증권에 매각한 효과다. 미래에셋자산운용(4546억원), 이지스자산운용(1295억원), 삼성자산운용(756억원), KB자산운용(650억원) 등은 비교적 많은 당기순이익을 냈다.
업계에서는 증시 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자산운용사들은 펀드에 대한 운용 보수와 자체 고유재산을 투자해 얻는 수익이 대표적인 수익원으로 구분된다. 운용사 보수에는 펀드나 일임 자금을 운용하는 대가로 받는 운용 및 일임보수와 특정 기준 이상의 수익을 냈을 때 받는 성과보수 등이 포함된다. 이들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수는 펀드 순자산과 연동돼 있어 순자산이 늘어야 보수도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해 금리 인상기 투자자금이 증시를 이탈해 은행으로 쏠렸다. 설정액이 줄었고 펀드 내 자산가치도 하락해 평가이익이 급감하며 순자산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의 사모펀드 사태로 훼손된 투자자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점 또한 영향을 미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는 새롭게 펀드를 설정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 시장이 불확실성이 크고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면서 “갑자기 실적이 큰 폭으로 꺾이기 보다는 실적 상승률이 둔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