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시술로 인한 ‘방사선 노출’, 생각해봤나요?[쿠키인터뷰]

부정맥 시술로 인한 ‘방사선 노출’, 생각해봤나요?[쿠키인터뷰]

임홍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기사승인 2023-03-12 06:00:01
임홍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임형택 기자

심장이 제대로 피를 짜내지 못해 파르르 떨리는 증상을 보이는 심방세동은 부정맥 질환 중 하나다. 심장이 1분간 80~150회로 매우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면서 자칫 심장이 멈출 수도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심방세동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8만2786명에서 2021년 24만5464명으로 4년간 34.3% 증가했다. 현재 80세 이상 10명 중 1명은 심방세동을 앓고 있다고 알려진다.

이러한 심방세동은 심장이 정상적인 수축과 이완을 하지 못하면서 혈전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 혈전이 혈관을 타고 몸 안을 돌아다니다 통로를 막아버려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이 바로 뇌졸중이다. 막히는 부위가 어디인지에 따라 신장경색, 장경색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임홍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0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고령층 환자의 30~40% 정도는 증상이 없다. 심방세동인지 모르다가 뇌졸중으로 쓰려진 뒤에야 자신의 증상을 알게 되는 사람도 종종 있다”며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65세 이상부터는 1년에 한 번은 심전도를 찍어보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심방세동은 약으로는 근치가 불가능하다. 시술이나 수술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가슴을 열어야하는 수술은 고령 환자의 경우 합병증 위험이 크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반면 시술은 1시간이면 치료가 가능하고 입원도 하루면 된다. 합병증도 적고 대부분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홍의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임형택 기자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시술을 할 때 환자가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흔히 사용되는 절제술은 다리 정맥 부위를 부분 마취한 뒤 관을 삽입해 심장까지 밀어 넣고, 심방세동이 유발되는 부위를 지지거나 얼려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때 의사는 관이 제대로 위치했는지, 깨끗이 절제됐는지, 출혈은 멎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틈틈이 X-선 투시 영상을 찍는다. 1시간 동안 X-선 약 1000~3000장을 찍는 셈이라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임 교수는 “X-선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자연방사선의 7배를 넘는 수치를 갖는다. 게다가 수술실에서 환자는 맨 몸인 상태이기 때문에 그대로 방사선에 노출된다. 한 시간 동안 3000장의 X-선을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 많은 양의 X-선을 찍겠는가”라며 “CT, MRI를 찍을 때 방사선 노출량을 환자에게 이야기하지 않듯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다. 의료 가이드라인에도 방사선 노출 정도에 대한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사람이 방사선에 과다 노출되면 면역을 담당하는 혈액 속 림프구가 감소하거나 피부, 세포, 내부 점막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면역력이 낮은 환자, 암환자, 임산부에게 방사선 노출은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이에 임 교수는 환자의 방사선 노출을 피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초음파를 사용해 시술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에서 한해 평균 시행되는 부정맥 시술 500여 건 중 ‘방사선 제로’ 시술이 70%를 차지한다. 방사선 노출을 피해야 하거나 위험요소가 높은 환자들이 전원을 해서라도 해당 병원을 찾고 있다. 임 교수는 지방 병원에서 의뢰를 받고 직접 내려가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임 교수는 방사선 제로 시술의 보편화를 위해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국내 유일의 심장 내 초음파(ICE) 공인 지도전문가 자격을 갖추고 매년 400차례 이상 부정맥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1년에 평균 10회 정도 국내외 교육을 진행한다.

임 교수는 “방사선 제로 부정맥 시술은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다. 모든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을 듣고 방사선 노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그것만으로 환자는 도움을 얻는 것”이라면서 “100명을 교육해서 그 중 3명이라도 방사선 제로를 실천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료진 스스로가 방사선 노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환자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야 한다”며 “다행히 젊은 의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환자에게 일생동안 받을 시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환자도 시술을 받았다고 방심하지 않고 스스로 꾸준히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관리하지 않으면 심방세동이 또 나타날 확률이 높다”며 “특히 심방세동은 고령 환자에서 흔히 일어나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건강한 습관을 갖는 것이 시술을 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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