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속에 청개구리 한 마리 정도는 품고 살지 않을까. 무릇 사람 마음이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위험해 보일수록 도파민이 솟아나고 심상치 않을수록 흥미가 돋아나는 건 인류 공통 정서다. 드라마 속에서 이른바 ‘사약 케미’(극 중 잘 어울리나 이뤄질 수 없는 조합을 이르는 신조어)를 부르짖는 시청자들의 마음도 비슷할 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에도 이처럼 위험한 조합이 여럿 거론된다. 배우 송혜교(문동은)과 정성일(하도영)부터 임지연(박연진)과 이도현(주여정), 김히어라(이사라)와 차주영(최혜정)이 뭇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혹시 아나. 어딘가의 평행우주에선 이들이 또 다른 세계관 속 캐릭터로 엮일지도 모른다. 이들이 다음과 같은 캐릭터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만약’을 가정해 새로운 조합을 엮어봤다.
송혜교와 정성일이 한지은과 하도영으로 만난다면
송혜교와 정성일은 ‘더 글로리’ 파트 1 공개부터 ‘사약 케미’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이들은 극 중 복수하는 여자와 복수당할 여자의 남편으로 엮인다. 의도적인 접근이란 걸 알면서도 자꾸만 끌리는 이 관계. KBS2 드라마 ‘풀하우스’ 한지은(송혜교)과 하도영으로 만나면 어떨까. 한지은은 귀엽고 발랄한 성격을 가진 웹 소설 작가다. 낙심할 상황이 와도, 짝사랑이 고달파도 좌절하지 않는 여성이다. 반면 하도영은 신사적이면서도 오만한 재력가다. 본인만의 기준과 미학에 대한 강박이 큰 남성. 흐트러지지 않는 그에게 당찬 한지은은 새로운 변수이지 않을까. 통통 튀는 한지은에게 이끌리는 하도영의 모습은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임지연과 이도현, 서울과 이은혁은 어떨까
‘더 글로리’에서 가해자와 칼춤 추는 망나니로 만난 임지연과 이도현. 극 중 주여정은 문동은의 복수를 도와 박연진을 압박하는 인물이다. 결코 얽힐 수 없는 두 사람이 만약 불꽃같은 순정을 품은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서울(임지연)과 비상하고 고독한 리더인 넷플릭스 ‘스위트홈’ 이은혁으로 만난다면 어떨까. 서울은 베를린(박해수)을 따르는 용병이다. 전투 능력은 물론 두뇌회전까지 비상하다. 과거 목숨을 빚진 뒤로 베를린에게 의리를 지키던 서울은 서서히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은혁은 비상한 머리로 그린 홈 주민을 이끄는 리더다. 잔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혹한 판단을 내리면서도, 여동생을 위해 희생을 자처할 정도로 헌신적이다. 차가운 외면 속 뜨거운 불꽃을 가진 두 사람 역시 묘하게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김히어라와 차주영, 불꽃 조합으로 한 번 더
함께하기엔 너무 먼 길을 간 사람들. 친구 같아도 ‘진짜 친구’가 될 수 없던 사이. 김히어라와 차주영이 ‘더 글로리’에서 연기한 이사라와 최혜정 관계다. 두 사람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탈북민 계향심(김히어라)과 SBS ‘어게인 마이 라이프’ 한지현으로 엮였다면 색다른 호흡을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딸을 극진히 아끼는 계향심은 대한민국에 정착하기 위해 아등바등 산다. 순박하고 호탕한 면 너머로 불 같은 성미를 지녔다. 반면 한지현은 마음속 복수의 불꽃을 우아한 얼굴로 감추고 오랜 시간 칼을 갈아왔다. 그는 때를 기다리며 차가운 얼굴로 인내할 줄 아는 전략가다. 일순간 타오르는 계향심과 차가운 불꽃을 숨긴 한지현. 평행우주에서 이들이 만난다면 또 다른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을까.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