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단과 이사진이 승부 조작 연루 등의 사유로 징계 중인 축구인들에 대한 ‘기습’ 사면과 철회 조치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한다.
KFA는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이 4일 오후 일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KFA는 이들이 조만간 정식 사퇴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협회 정관에 따라 선임된 임원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수용 여부에 상관없이 사임한 것으로 간주된다.
부회장단과 이사회의 일괄 사퇴에 앞서 지난 3일에는 이영표, 이동국 KFA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경훈 KFA 전무이사는 “협회 실무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전무로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했다”라며 “지난 금요일 임시 이사회 이후부터 다수의 이사분들이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징계 사면 사태에 대해 부회장단과 이사진 모두 큰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하였으며, 오늘 전원이 사퇴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KFA는 지난달 28일 한국 축구대표팀과 우루과이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이 있기 전인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특히 대상자 중에는 최성국, 염동균 등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 KFA가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스포츠의 기본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한 행보에 축구 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KFA는 사흘 뒤인 지난달 31일 같은 안건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재심의해 최종적으로 100명 모두 사면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정몽규 KFA 회장은 임시 이사회가 끝난 뒤 “승부 조작이 스포츠의 근본정신을 파괴한다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없다. 위법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라면서 “이번 징계 사면 결정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했다.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질타를 엄중히 받아들이겠다. 축구 팬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KFA는 “이사회 구성원들의 일괄 사퇴가 결정됐지만, 행정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