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ISO)의 규범준수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한 대한항공의 ESG 경영능력을 놓고 업계의 비판 목소리가 뜨겁다.
ESG 평가 지표 중 어떤 항목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직원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24일 한국경영인증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ESG 중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지배구조(Governance)’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인증을 받았다. 또한 2022년에는 ESG기준원으로부터 ESG 등급별 항목에서 전부 A를 받았다.
하지만 노동 일선에선 평가 결과와 상반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연체된 휴가 일수 미정산, 연간 피폭량 모니터링 부재, 인력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ESG 평가가 기업문화 개선의 긍적적 효과가 아닌 기업의 이미지 홍보에만 활용될 뿐 오히려 내부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민섭 민주노총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은 “회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건 좋은일”라면서도 “평가 항목이 공개되지 않았고, 경영인들 입장에서 판단한 결과이니 어떤 기준으로 평가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인증이 시험이라고 가정하면,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도 윤리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것과 똑같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 ‘비공개’ 혹은 ‘대외비’라는 평가 기준
ESG기준원은 현재 대한항공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평가에 반영됐냐는 질문에 대해 “노동관행 이슈는 ESG 평가 시 포함되는 이슈가 맞지만, ESG평가 등급은 노동관행 이슈 외에도 다른 이슈를 포함하여 평가하고 있어 단일 이슈에서 부정적 사건이 발생한 것을 이유로 반드시 낮은 등급이 부여되지는 않는다”며 “구체적인 평가 지표, 방법론 등은 대외비임에 따라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직원들의 평가와 상반된 ESG 결과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오는 6월 휴직 중이던 승무원들이 복직을 앞두고 있어서 전반적인 부분에서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추후 ESG 평가를 받을 때 내부 구성원들의 근무 환경과 복지에 대한 의견도 반영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별 ESG 평가 결과를 공시하는 추세인 만큼, 기업환경 개선에 제기능을 할 수 있는 평가 항목 기준 마련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평가목록의 외부 공개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ESG 평가가 실제 노동 현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기관별로 평가 지표가 달라 ESG기준원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이 타 인증기관에서는 B+를 받는 경우도 있다.
법무법인 ELPLUS의 윤용근 변호사는 “ESG 평가 기관마다 평가표나 기준이 공개가 안 되어 있어서 기업 현장과 규정 사이의 괴리가 발생해 신뢰성이 훼손되는 것”이라며 “기준이 통일되고 공개되어야 더욱 신뢰성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업평가위원회 부장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기업별로 공시 자체를 안 하는 곳도 있어 이런 부분이 먼저 자리 잡고 항목별 기준을 통일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ESG 평가를 통해 특정 기업에 인센티브가 쏠리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