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분야인 제약바이오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각 대학이 혁신신약학과를 비롯한 여러 관련 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산업 인력이 매년 많게는 1000명 이상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약사계와 제약업계의 온도차가 분명하다.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 분야 및 보건의료 분야 정원 조정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 학과 입학 정원이 총 1829명 늘어날 예정이다. 이 중 바이오 분야는 △바이오헬스 △맞춤형 헬스케어 △혁신신약 3개 분야로 구분해 262명을 증원한다.
많은 대학이 이번에 혁신신약학과 신설을 통한 정원 증원을 꾀했지만 서울대, 가천대, 경북대만 교육부 심사를 통과했다. 서울대는 첨단융합학부 혁신신약전공, 가천대는 바이오로직스학과, 경북대는 혁신신약학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학과의 규모는 총 136명이다.
학과 신설을 바라보는 약사계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약학대학을 6년제로 개편하면서 정원을 대폭 늘렸는데 그 인력과 현재 있는 약사들을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간판 갈아 끼우기’ 식으로 학과를 신설하려는 데 대해 ‘이해 불가’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제약공학과, 바이오제약공학과, 제약생명공학과 등 유사 학과가 전국 30개 대학 44개 학과에 달한다. 산업계로 진출하는 약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천하는약사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제약 분야 전문성을 가진 약사들의 진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 없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혁신신약학과라는 근본 없는 학과 신설이라는 점에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짝퉁 약학과’를 만드는 것은 앞으로 6년 동안 교육 받는 약사 인력의 제약산업 진출을 더 가로막고, 장기적으로는 제약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일영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는 지난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신약학과는 기존 약학대학 내 약학과나 제약학과의 커리큘럼을 거의 그대로 갖다 쓰면서 학과 간판만 바꾼 것으로 이미 제약산업학과라든지 유사한 과들이 많다”며 “혁신신약학과 신설은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과 대학 교수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결정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정책을 깊게 고민하지 않고 시류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 같다”면서 “지금 있는 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인재를 육성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제약업계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A제약사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기간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대학에 제약바이오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정부의 바이오헬스 신 시장 창출 전략과 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등을 통해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정부도 학과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부 대학규제혁신총괄과 담당자는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인력 양성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혁신신약학과 신설을 통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취업하거나 연구하는 인재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약사 정원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 만큼 약사계가 우려하는 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