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8일, 서울 강남역.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 세대가 모이는 이곳을 마지막 유세지로 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년이 꿈꿀 수 있고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나오게 하겠다”며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이 윤석열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취임 1년이 지났다. 윤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3만2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만4000명 늘어났다. 청년층 고용률은 46%로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2위다. 청년 실업률은 6.4%다. 역대 최저치다.
일자리는 실제로 늘어났을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 2021년 2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비경제활동 청년이 늘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취업도 실업 상태도 아닌 청년을 뜻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높은 취업 문턱에서 좌절한 청년들이 취업을 아예 단념했다는 추측이다.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은 64.7%로 60~64세(65.4%) 보다 낮았다. 고용이 질 역시 낮아졌다. 취업자가 늘어난 분야는 숙박과 음식점업, 보건복지업 등이다. 저임금 또는 저숙련 일자리로 분류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해고, 재취업을 준비 중인 한모(29)씨. 한씨가 보는 취업 전망은 밝지 못하다. 그는 “취업시장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면서 “임금은 여전히 너무 낮고 앞선 경력은 코로나19 기간을 핑계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방에서 취업을 위해 상경한 김지연(여·30·가명)씨도 ‘지난 1년간 좋은 일자리가 많아진 것 같으냐’는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지난해 일자리를 잃고 상경, 지난 3월 새롭게 취업했다. 김씨는 “좋은 일자리를 찾을 겨를도 없이 상경해야 했다”며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월급에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일자리의 조건은 임금뿐만 아니다. 복지와 혜택 등도 중요하다. 중소기업 청년 등에게 지원되던 정부의 복지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 노동자에게 매달 최대 5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이는 올해 폐지됐다. 중소기업 청년의 자산형성을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정책도 축소됐다. 중소기업에 처음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이 2년 동안 총 300만원을 납입, 근속하면 1200만원을 수령하는 제도다.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적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혜택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50인 미만 제조·건설 중소기업으로 줄였다.
지난해 재취업에 성공한 박모(28)씨는 전보다 청년 취업자를 위한 혜택이 줄었다고 느낀다. 그는 “교통비는 물론 월세 지원 등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중소기업 전세대출이 거부돼 난감해하는 지인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청년 취업과 관련, 강조한 내용은 또 있다. ‘공정’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서울교통공사 등에서 이른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논란이 됐다. 취업준비생 등은 공정하고 평등한 경쟁을 원한다며 ‘부러진 펜 운동’ 펼치기도 했다. 역차별에 항의하는 취지로 공부하는 필기구를 부러뜨리고 SNS에 이를 게재하는 방식 등이다.
지난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여파 등으로 공정한 채용을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지난 1년간 무언가 대단히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부에서도 공정 채용 관련해 이제 다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이전 정부에서 공사 일반직으로 대규모 전환시키며 인건비도 열악해졌고 인원이 늘며 채용도 줄어든 상태”라고 질타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