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3’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이 23일 '한화오션'이라는 사명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국내 조선업 '빅3'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빅3 사이 인력 유출 논란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조선업 규모 유지를 위해 정부 지원이 더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해 기존 임원 28명이 물러난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경험이 중요한 조선업 특성을 고려할 때 옥포조선소 임원 대부분이 물러난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임원들 교체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비전과 전망에 대해서도 “추후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대우조선 흔적 지우기로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옛 대우조선이 한화오션으로 출범한 것을 두고 공정한 경쟁 여건이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우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진 세계 4위의 조선업체지만, 리더십 부재로 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른 조선업체들보다 낮은 가격에 수주하는 사례가 생겼고,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을 맞아 저가 수주로 국내업체 간 출혈 경쟁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화오션 출범으로 경영이 정상화되면 빅3가 '제값 받기' 등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산하에서 공기업과 같았던 기업이 민간화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특히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는 한화오션의 출범은 한국 조선업의 친환경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빅3가 3강 체제를 유지하다가, 중장기적으로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상선에,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 한화오션은 방산에 각각 무게를 싣는 방식으로 특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화오션의 출범으로 국내 조선업의 기존 3강 체제는 더 굳건해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전 세계 발주량의 80%가량을 독점하는 LNG 운반선 시황이 우호적이고, 빅3 모두 3년 치가 넘는 수주잔량(남은 건조량)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 심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한화가 한화오션을 LNG, 수소·암모니아 등 에너지와 조선을 포괄하는 해양·에너지 전문기업으로의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빅3가 주력 분야를 차별화할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빅3 내 인력 유출 논란을 야기하는 조선업 인력난은 하루빨리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부족한 조선업 생산직 인력은 1만2872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내 조선산업 규모 확대가 필수인데, 이를 위해선 정부가 빅3 외에도 중소 조선사에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력난은 곧 인건비로 연결되는데 이 부분이 해결돼야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무리없이 올릴 수 있다"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우려들을 해소해야 중국 조선업을 따돌리고 나머지 시장을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