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설리번이 있을 순 없어…시청각장애인이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쿡 인터뷰]

언제나 설리번이 있을 순 없어…시청각장애인이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쿡 인터뷰]

野보건복지위 소속 강선우 “한국형 헬렌켈러법 통과되야”
“기재부, 사회적 약자로서 바라봐야 예산 필요성 느껴”

기사승인 2023-06-01 06:00:15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쿠키뉴스DB

‘한달 동안 한 차례도 외출하지 않았다’ 
밀알복지재단이 발표한 2017시청각중복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의 14.5%가 이같이 응답했다. 또한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시청각장애인의 비율은 32.7%에 달한다. 전체 장애인과 비교해 3배나 높은 비율이다. 

쿠키뉴스가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법안인 한국형 헬렌켈러법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강 의원은 시청각장애인만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위해 헬렌켈러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들이 통과된 후 실질적으로 적용되려면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산 결정권자인 기재부에서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법안의 필요성을 깨달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법안이 통과되도 실제 적용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다. 법안이 사회에 작동하고 필요한 곳에 쓰이는 과정, 즉 실질적으로 현실화되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 예산이 필요한데, 예산은 국회가 심의만 짤 뿐 정하지 않는다. 결국 예산 키를 쥔 기재부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 분들이 사회적 약자로서 당사자성을 지니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본인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결정하지 않겠나. 그래서 당사자가 되는 순간까지 만들어내기가 굉장히 쉽지 않은 과정이다.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주류 중에 주류이다 보니 국회의원이 법안을 재정할 때 정책의 미비한 점을 채우고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해봤자 의사결정권자들이 돈을 줘야한다. 그 분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 분들이 사회적 약자로서 당사자가 되고 느껴야 한다. 

-한국형 헬렌켈러법은 무엇인가
▶잘 아시다시피 헬렌켈러는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고 태어났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가이자 사회활동가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했다. 이 같은 헬렌켈러의 끝없는 도전과 눈부신 성취는, 그의 눈과 귀와 입이 돼준 설리번 선생 덕분이다. 그러나 언제나, 또 모든 곳에 설리번 선생님이 있을 순 없다. 시각과 청각, 두 감각이 모두 불편한 장애인 여러분께서 원하시는 삶을 선택하며 마음껏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체계가 절실하다. 
이에 마련된 한국형 헬렌켈러법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중복으로 겪는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참여 등을 지원하는 법률이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의 △정기적인 실태조사 근거 마련 △정보접근 및 의사소통 지원체계 구축 △시청각장애인지원센터 설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의 어려움부터 정보 접근성과 이동의 제약까지 고립된 채 생활하고 계신다. 이분들께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시청각장애인만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시청각 장애인 복지 사각지대가 많다. 헬렌켈러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이들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헬렌켈러법이 제정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법안 제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현행 복지 지원체계를 부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방안을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시청각장애인 지원을 위한 센터 등이 일부 운영되고 있는데, 더 많은 시청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센터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관련 인력을 늘리고, 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더 충분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의정활동 계획은
▶지난 3년간 국회 담장 안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아동’, ‘발달장애인’, ‘희귀질환자’ 등을 위해 대변하고자 노력했다. 남은 임기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비범한 노력 없이도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이러한 각오가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의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계류 중인 법안을 통과시켜내고, 또 미흡한 예산을 발굴하여 더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강선우에게 '정치'란?
▶어느 정치학자의 말처럼 ‘정치는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의사결정과정’이다. 그러나 저는 이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저 누군가가, 또 어느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라 생각한다. 자원의 배분 결과가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삶을 예측 가능하게 해주기 위함 아닌가. 그래서 전 조금 더 복지예산이 넉넉했으면 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나이가 어린 사람도, 또 많은 사람도,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회적 약점’들로 인해 내일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지 모른다면, 그것은 무척이나 불행한 일일 것이다.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 그것은 곧 차별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곳에 충분한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또 미비한 곳에 든든한 법이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소명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던지며 빈 곳을 찾고 메우겠다. 그래서 참 좋은 정치를 한다는 평가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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